85. 강변고수부지에서 카섹스를 하는 남녀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자전거를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카섹스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남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심하게 해서 차가 완전히 지진 난 것처럼 요동발광을 쳤잖아. 내가 동영상 다 찍어 놨어. 당신들 선수야!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 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주시는 돈은 환경단체 기금으로 넣겠습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되었다.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 같은 중량급 인사는 한번에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물론 수표나 어음은 받지 않았다. 현찰박치기가 카섹스 현장에서는 유일한 거래 룰이었다. 이런 단속실적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여름에 더울 때나 한 겨울에 너무 추을 때는 손님이 적었다. 봄에 벚꽃이 필 때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질 때가 최고 성수기였다. 호황일 때는 하루에 12명까지 단속한 때도 있었다. 그날은 무려 120만원의 현찰 수입이 있었다. 공칠은 그날 너무 바빴다.
같은 날 두 번 단속된 남자도 있었다. 늦가을 저녁 6시에 캄캄할 때 한번 걸렸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공칠에게 10만원을 주고 갔다가 밤 10시쯤 다른 여자를 태우고 와서 또 그짓을 하다가 걸렸다. 그 남자는 공칠을 보더니 매우 당황했다. 공칠은 정말 그 남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먼저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까는 선생님 때문에 도중에 못하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밤에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왔습니다. 오늘만 하고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겠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공칠은 법과 정의에 어긋나는 사안이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었다. 이미 부정한 돈 10만원을 받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일단 하던 것은 마저 하세요. 일이 끝나면 비상등을 깜빡거려요. 그러면 내가 다시 와서 각서를 받을테니까.”
그 남자는 겁을 먹고 하는 수 없이 공칠이 시키는대로 했다. 여자와 그 일을 끝내고 공칠을 불렀다. 그리고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가중처벌하는 개념으로 벌금을 20만원 냈다. 공칠은 이처럼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복장도 공무원 비슷한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최단속’ 또는 ‘최순찰’ ‘최경비’라고 썼다. 자신이 마치 경찰관처럼 단속, 순찰, 경비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런 이름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자. ‘최환경’이라고 바꾸었다가, 다시 ‘최공해’로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하다고 해서, ‘최미세’ 또는 ‘최황사’로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이런 이름들이 너무 딱딱해서 다시, ‘최복지’라고 썼다. 공칠이 단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복지업무라고 생각했다.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깔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만일 당당하게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을 내야겠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성관계를 왜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형편상 할 수 없는 남자들을 자극시키고 약을 올려 강간 같은 성폭력 범죄를 유발시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공칠은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했다. 사회 윤리와 도덕,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인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가 약간 이상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우겼다.
“아니, 우리가 무슨 남에게 피해를 주었습니까? 강변 고수부지에서 다른 사람들 보지 않는 차 안에서 애인끼리 하는데 왜 국가가 참견을 합니까? 미국이나 홍콩, 베트남이나 몽골에서는 이런 카섹스를 절대로 단속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카섹스를 단속하는 후진국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아. 그건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형법에 공연음란죄라는 아주 특별한 죄가 있어. 그 죄명은 이름만 들어도 음란하고 더럽게 들리잖아? 공연음란죄는 남들이 보는 곳에서 성적으로 아주 더러운 짓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죄야.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딱 거기에 해당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이런 단속을 몇 년 동안 하고 있는데, 당신처럼 큰소리치면서 대드는 사람은 오늘이 처음이야. 여자분! 안 그래요?”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남자와 여자를 태워서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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