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고위 공직자가 카섹스를 하다가 적발되다

 

어느 겨울 저녁, 공칠은 평상시에 늘 순찰을 도는 은밀한 장소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숨여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꼭 군대에서 야간에 매복한 상태에서 정찰활동을 하는 것 같았다.

 

밤 10시가 넘자 검은 에쿠스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은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곧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르노 전문 배우들이 탔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차가 움직였다.

 

공칠은 고급차 쇼바가 나가거나 타이어가 펑크날까 걱정했다. 삼십분을 기다려도 일을 끝내지 않자 더 이상 관찰을 하고 있다가는 동상에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었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공칠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문을 두드렸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남자는 창문을 10센치미터만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뺑소니를 쳤다.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따라가서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았기 때문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경주 아시아지역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선수들이 타는 오토바이 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고로 산 25만원짜리 국산 오토바이로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손기정 선수가 운동화만 신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공칠은 즉시 반격을 가해서 그 남자 다리를 부러뜨릴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부러 맞아주었다. 사건을 더 크게 만드려는 의도였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야간도주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걸 보니 100m 육상선수 같았다.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 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다음 날 공칠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그 남자는 공칠에게 어제 있었던 일은 비밀로 붙여 달라고 하면서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공칠은 감각적으로 그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다.

“미안하네, 젊은이! 어제는 내가 실수했네. 이해해 주고, 이건 내 성의니까 받아둬요.”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장소가 워낙 으슥한 곳이어서, 가끔 성폭행도 일어나고 해서, 제가 자진해서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선생님을 추격했던 이유는 차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 그것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격한 성행위를 하고 있어서 그랬던 거예요. 저는 비록 차안이라도 부부간에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은 단속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그걸 하도록 보호해주는 사람입니다. 카섹스는 이색적인 맛이 있어서 섹스리스 부부에게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던 여자분은 사모님이신가요?”

 

“응.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예요. 모처럼 같이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아 그래요. 미인이시던데요. 선생님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디선가 본 얼굴이예요. 혹시 연예인 아닌가요?”

“응. 왕년에 대학 다닐 때 메이퀸으로 뽑힌 적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니까 멋쩍구먼. 하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것도 좋은 인연인데,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도록 해요.”

 

이렇게 헤어졌다. 공칠로서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공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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