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시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캐기 시작하다

 

공칠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은 세 후보 중에서 오직 백상무만 알고 있다. 다른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공칠은 우연히 백상무의 과거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오직 공칠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지금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를 위해서, 아니 김민첩 사장을 위해서, 상대 후보진영에 넘겨야 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고민은 깊어졌다. 공칠은 백상무를 만났다.

 

“백 후보님! 지금 판세가 어떻습니까?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까?”

“글쎄요. 맹공희 교수는 별거 아닌데, 정국영 후보가 만만치 않아요. 돈도 많고, 지역에서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예요.”

“정국영 후보의 약점이나 문제는 없나요?”

“지금 우리 진영에서도 정 후보의 뒷조사를 하고 있고, 조직을 동원해서 그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워낙 약은 사람이라 어떨까 싶어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정 후보의 비리나 약점을 찾아볼까요?”

“어떻게요? 그런 방법이 있나요?”

“예. 후보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알아볼게요.”

 

이렇게 해서 공칠은 김민첩 사장의 지시와는 정반대로 정국영 후보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김민첩에게는 백상무에 관한 확인되지 않고,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막연한 소문만 주워듣고 서면으로 첩보를 수집한 것처럼 보고서를 써서 올렸다.

 

김민첩은 짜증을 냈다. “김공칠 실장이 수집한 자료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공지의 내용 아닌가? 도대체 이런 식으로 정보수집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목숨을 걸고 열심히 백상무의 뒤를 캐봐. 분명 여자관계가 있을 거야.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 시청에서 국장을 하면서 건설회사와 유착되어 뇌물을 많이 먹었다는 것 같아. 부동산투기도 많이 했는데, 모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했대. 알았지!”

 

“예. 알았습니다. 백상무는 핸드폰도 차명으로 쓰면서 수시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리도 비상하고, 아주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곧 좋은 성과를 낼게요.”

“꼭 성공해야 해. 회사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야. 알았지!”

 

공칠은 이번 선거에서 김민첩 사장이 왜 저렇게 열심히 정국영 후보를 도와주려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굉장히 중요한 이권이 걸려있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6월에 있었다. 때문에 선거운동은 4월과 5월에 집중된다. 우리나라 봄의 절정은 언제나 4월과 5월이다. 3월은 절기상 봄에는 해당되지만, 날씨가 완전히 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쌀쌀할 때가 많다. 그러나 4월이 되면 전혀 다르다.

 

꽃이 제대로 피고, 나뭇잎이 연한 녹색을 띤다. 두터운 옷을 벗어던지고 확실하게 봄옷으로 갈아입는다. 1932년 이은상의 시조를 가사로 해서 작곡했다고 하는 홍난파가 그린 새 풀 옷을 입고 저기에서 오고 있는 ‘봄처녀’는 3월이 아닌 4월에 오는 것이 분명했다. 3월에는 아직 겨울옷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어렵다.

 

선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봄을 잊어야했다. 원래 봄은 희망의 계절인데, 선거에 얽매인 사람들에게는 ‘고난의 계절’ ‘시련의 계절’이었다. 게다가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다행이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고생의 대가를 받지만, 떨어지면 돈 잃고 사람 잃고, 바보되고 패가망신하는 잔인한 계절이었다.

 

시장 선거에서 백상무 후보와 정국영 후보는 막상막하, 백중지세였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물고 뜯는 난투전은 더욱 심해졌다. 소위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상대의 약점과 잘못, 가식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주된 선거운동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명적인 내용은 서로 간에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국영 후보가 돈을 준 사건이 터졌다. 지역에서 노인회가 단체관광을 가는데,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정 후보가 관광을 떠나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했다.

 

“어르신들! 평생을 바쳐 우리 지역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 시는 대학도 유치하고, 공단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에서는 그동안 노인복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못된 일입니까? 이번에 여행 잘 다녀오시고, 앞으로 우리 시가 정말 진정한 노인복지행정을 펴도록 다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노인회 총무에게 커피나 드시라고 하면서 몰래 100만원을 주었다. 노인회 총무는 그런 사실을 노인회 회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고 혼자 돈을 먹었다가 나중에 알려지면 도둑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회원 전체에게 공개해서는 선거법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노인회장에게만 조용히 이야기하고, 돈은 관광 도중 노인들을 위해 먹을 것을 사서 주었다.

 

그러면서 그 음료수는 노인회장이 개인 돈으로 사는 거라고 둘러댔다. 이 때문에 노인회장은 자기 돈도 아니면서 정국영 시장 후보가 준 돈을 쓰면서 회원들로부터는 노인회장이 큰돈을 쓴 것처럼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동안 돈 한푼 안쓰던 구두쇠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쓰는지 놀랐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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