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세상은 무척 넓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이 커다란 반경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의 자연과 환경을 찾아나서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제는 퇴근 후에 풍덕천 가구단지로 갔다. 몇 군데를 들러서 가구를 보았다. 사려고 했던 식탁을 찾을 수 없었다. 물건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 그냥 나오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가구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일산가구단지를 추천해 주었다. 대단히 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일산가구단지로 갔다. 처음 가는 길이라 여러 차례 물어보아야 했다. 그냥 일산에 있다고 해서 쉽게 찾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산에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산 호수공원을 지나 가구단지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도로 변을 가득 수놓은 단풍의 물결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은은한 단풍의 색깔에 나는 취하고 말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거리가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일산에 꾸며놓은 단풍길은 꼭 구경할 만하다. 서울 시내의 단풍거리도 여러 군데 있지만,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원하게 뚫어놓은 도로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치 외국의 어느 거리처럼 느껴졌다. 미국 보스톤이나 뉴욕의 어느 도로변에서 본 가을의 단풍이었다.
일산가구단지는 처음이었다. 무척 넓은 공간에 수많은 가구상들이 들어서있다. 새가구들을 전시해 놓은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매장을 넓게 잡아서 그런지 들어가 보니 아파트에 가구를 배치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침대와 쇼파, 식탁과 책상 등등. 예쁜 가구들은 실용성도 그렇지만 예술작품이었다. 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정찰제가 아니기 때문에 물건을 사기도 쉽지 않았다. 얼마까지 흥정을 하고 깍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인들과 손님 사이의 가격흥정게임은 손님에게 매우 불리한 것처럼 보였다. 상인들은 홈그라운드에서 매일 그런 게임을 하면서 손님들을 다루고 있는 입장이다. 손님들은 프로들을 처음 상대하는 아마추어의 입장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손님들은 그 물건이 얼마에 거래되는지 잘 모른다. 아무런 정보도 없다. 그런데 상인들은 매일 똑 같은 일을 하고 있어 손님들의 비슷한 반응을 보면서 이를 다루는 기술을 익혀 가지고 있다. 손님들은 많이 깍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줄 값을 다 주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강남이나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는 많이 싸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돌아올 때 자유로는 성산대교 부근부터 무척 막혔다. 합정동 쪽으로 나가서 홍대입구, 신촌, 이대입구 쪽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저녁은 여전히 복잡하다. 애견센터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구했다. 메리라고 이름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