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함정(8)

 

                                                                   가을사랑

 

 

그러던 중 거래처에서 부도가 났다. 병진은 휘청했다. 겨우 겨우 틀어막고 버티다가 마침내 병진도 부도를 내고 말았다. 중간 중간 남숙에게 통화를 했으나 남숙은 돈문제에 대해서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로 끝내고 말았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한국에서 어려우면 빨리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병진을 죽을 때까지 사랑하면서 살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도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진심을 알 수 없었다. 병진은 어리석게도 남숙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부도가 났지만, 혹시 남숙이 가지고 있는 일부 자금이 있으면 그것으로 무슨 회생책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의 객관성을 찾기 어렵다. 제3자가 볼 때에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당사자는 주관에 빠져 전혀 불가능한 기대로 포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책상에 앉아 이론적인 구상을 하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을 하다가 많은 실패를 해본 사람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구상이고, 그 사업은 백전백패를 할 것이 뻔한데도 정작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성공의 확신에 꽉 차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만류를 하고 충고를 해도 소용없다. 딱한 일이다. 물론 실패를 해봐야 나중에 성공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무모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여러 모로 좋은 것이다. 사실 실패를 했다가 재기하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실패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일부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그러한 성공사례에 대해서는 누가 나서서 반박할 입장도 아니므로 역사적으로는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로 굳어졌다. 그러나 경솔한 판단에서 비롯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성공을 초전에 박살내는 독약'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양면적인 진리의 한쪽 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실패자들이 현실적으로 발언권을 가질 기회조차 없는 상태에서 어두운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코 실패는 권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확실한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꼭 필요하다.  


병진이 부도를 내자, 채권자들이 매일 회사로 찾아와 난리였다. 그들은 병진이 부도 직전에 빌려다 썼던 5억원에 대해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병진은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사업이 어려워진 시점에 5억원을 빌린 것에 대한 책임추궁이었다. 그 당시 빌릴 때 병진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회사자금을 빼서 어디에 사용했느냐는 추궁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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