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과 피해자


                                                                    가을사랑

 

 


사기꾼은 먼저 돈이 있는 사람에게 접근한다. 사기꾼은 이해타산이 빠른 경제적인 동물이므로 사람을 만나면 돈이 있는지, 아니면 권력이 있는지, 기타 이용할 그 다른 무엇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관찰한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에게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사기꾼은 사기치는 일이 직업이므로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기꾼은 사기를 칠 대상을 찾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간다.


사기 타겟이 된 사람에게 사기꾼은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매우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의식적으로 나쁜 사람을 격하게 비난하고, 자신은 평소 아주 양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길가다 거지를 보면 아낌없이 돈을 준다. 이렇게 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믿음을 얻는다.


그 다음 단계로 사기꾼은 상대방에게 미끼를 던진다. 약간의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이다. 선물을 한다든지, 식사를 대접한다. 그 다음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사기꾼은 상대방을 현혹시키기 전에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사업계획서를 화려하게 만들어 놓고, 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연구를 해서 전문가가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약간의 이익을 안겨 준다. 이 이익에 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는 권력층의 비호세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주변에 판사나 검사, 경찰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힘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한다. 자신이 했던 사업은 실패가 없었으며 무조건 대박을 터뜨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상대방은 이 정도 단계에서는 이미 사기꾼을 완전히 신뢰하고, 착한 사람으로 믿고 있으며, 돈도 많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돈을 맡기고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사기꾼은 결정적인 시간이 되면 빠른 속력을 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챙긴다.


돈을 챙긴 다음에는 피해자로부터 떠나간다.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잠적해 버린다. 일부 사기꾼들은 법망을 피해놓고 도망가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배짱으로 나간다. 고소를 하려면 하라는 식이다.


특히 전문적이고 상습적인 사기꾼은 도망가지고 않는다. 사기를 친 다음에 도망가는 사람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거나 겁이 있는 소심한 사기꾼에 해당한다. 늘상 사기를 치고 사는 사람은 처음부터 많은 준비를 한다.


법도 공부하고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그전에 사기죄로 여러 번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아 보기도 해서, 법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잘 알고 있다. 사기사건에서 피고소인으로 조사받는 법을 변호사보다 더 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전문적인 사기꾼은 이처럼 유들유들하면서 피해자로부터 항의를 받으면 자신은 사기칠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단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업이 잘 안되었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정부의 방침이 갑자기 바뀌었다든지, 예상치 못한 경쟁업체가 나타났다든지, 아니면 현재 사업이 계속 추진중이니 더 기다려 달라든지 하는 식의 거짓말을 한다. 법도 이러한 고단수의 거짓말 앞에서는 매우 무력하다.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이념 때문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재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약점을 잡아서 고소를 하지 못하게 한다. 예컨대 피해자가 공무원인 경우에는 공직자라는 신분상의 약점을 잡아 공직자가 고리대금업을 했느니, 불법한 곳에 투자를 했느니 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같이 죽자고 달라든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피해자가 정치인이거나 공무원, 대학교수 등 사회적인 체면이 있는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아무 소리 못하고 당하고 마는 경우가 있다.


사기꾼은 허점이 있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허황된 욕심이 있는 사람들을 꼬여 돈을 뜯어낸다. 세상 경험이 별로 없으면서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도 주된 대상이다.


정직하지 않고 얼렁뚱땅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기 쉽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이 센 사람도 사기꾼에게 걸리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외골수로 빠져 들어 큰 사기를 당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경솔한 사람 역시 사기의 대상이 된다. 꼼꼼히 따지는 것을 싫어하고 스케일이 커서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정직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는 사기꾼도 달라붙지 않는다. 공연히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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