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독과 정독

 

                                                                   가을사랑

 

형법총론을 수강하는 학생이 질문을 했다. 속독과 정독의 차이를 묻고 있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는 취지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의 자세가 진지해보여 좋았다. 여기에서 몇 가지 설명을 하기로 한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낭비됩니다. 법은 처음부터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형법총론만 해도 그렇습니다. 앞부분에서 상상적 경합이라든가 보안처분, 공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민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법총칙에서 나오는 많은 이론들이 뒤에서 배워야 할 물권법, 채권법, 가족법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헌법도 마찬가지이고요. 앞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맨 나중에 공부하게 되는 헌법재판이론이 함께 나옵니다.

그래서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야 하고, 이것 저것 알아야 종합적인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할 때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빠른 속도로 읽으라는 취지는 한 시간에 25페이지 정도를 읽으라는 취지입니다. 적어도 그 이상을 읽어나가야 합니다. 30페이지 정도도 좋고요.

정독은 한 시간에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독은 한줄 한줄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방식의 공부방법입니다. 이런 정독은 적어도 1년 이상 공부한 다음에 필요한 공부방법입니다. 물론 그 이전 단계에서도 정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이러한 정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속독과 정독은 그때그때 공부하는 내용을 봐서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해가 쉬운 부분, 형총에서 초기의 앞부분 같으면 속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의 착오, 법률의 착오 등에 있어서 너무 빠른 속도로 읽으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때는 조금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속독이나 정독을 하면서 그냥 읽고만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펜을 들고 노트에 중요한 용어를 써보고, 도표 같은 것을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서브노트를 만들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서브노트 역시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새는 전문강사들의 요약서가 잘 돼 있어 그것으로 활용하고 그 요약서에 필요한 내용을 보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준비는 형식적인 단권화 작업이나 서브노트작업보다는 머릿속에 정리해 두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잠시 쉴 때 머릿속으로 읽은 내용을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 사람이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이른바 스타디그룹 방식입니다. 서로 공부한 것을 말로 설명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공부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더군다나 말로 설명할 정도가 되는지, 설명하면서 논리적으로 뒷받침이 되고 있는지, 그러한 결론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실력 차이도 비교할 수 있고, 자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회가 마땅치 않으면 혼자 해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되돌아가면 속독은 대부분의 법률과목에서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헌법 같은 과목을 그냥 읽으면 대개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모든 과목이 읽어서 이해 자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냥 이해는 가는데 그 다음 단계에서 전체적인 연결을 시키고, 각 문제에 대한 결론과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와 설명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열심히 읽어나가면 점점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것으로 정리가 되며,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암기하면 됩니다. 이러한 이해 - 정리 -암기의 3 단계를 거쳐야 사법시험에 1차와 2차에 합격할 수 있고, 3차 면접시험에서도 구술평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도 튼튼한 기초실력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과 너무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공부에는 왕도(royal road)가 없습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꾸 의문을 가지고 묻고, 열심히 책을 보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생활을 단순화시키고 공부에 집중하십시오.

그리고 사법시험합격에 자신감을 가지십시요. 그러면 행운은 찾아옵니다. 두드리고 구하는 사람에게 문을 열리고 성취가 이루어집니다. 궁금한 사항은 망설이지 말고 어느 때나 제 이메일로 질문을 하세요. 그러면 성실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똑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초기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법시험에 대한 합격을 자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요. 자꾸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날씨가 좋아졌습니다. 4월과 5월은 특히 공부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건강에 조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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