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집행유예기간 중에 범한 죄의 집행유예 가부
사건 명
대법원 2007.2.8. 선고 2006도6196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의 개요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후 그 재판 도중에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경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원심은 이러한 경우 피고인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다시 선고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검사는 이러한 원심판결이 법률해석을 잘못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므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정하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범죄라고 할지라도 집행유예가 실효 취소됨이 없이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다.
판례평석
집행유예의 의의와 요건
형사재판실무에서 집행유예는 대단히 중요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그 즉시 석방되지만 실형이 선고되면 그 형을 모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라는 판결이 선고되면 피고인에 대한 1년의 징역형은 2년간 집행이 유예된다. 그리고 만일 피고인이 위 유예기간인 2년을 무사히 경과하면 피고인에 대한 위 형의 선고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다시 형의 집행을 받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로서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때 3년 이하의 형은 법정형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선고할 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량감경에 의해 3년 이하의 형으로 줄일 수 없는 경우에는 애당초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법정형이 7년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작량감경을 해도 3년 6월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집행유예를 붙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벌금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람은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다시 실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해석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는 실형뿐 아니라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가 형법 제65조에 의하여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정해진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하여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의 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일 뿐,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더구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죄를 범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소급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단서 조항이 형의 집행종료나 집행면제 시점을 기준으로 집행유예 결격기간의 종기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한 채 유예기간이 경과되어 집행 가능성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시기를 특정할 수 없게 된 경우까지를 위 단서 조항의 요건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형벌법규는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있어서도 엄격함을 요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범한 죄의 집행유예 가능 문제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의 경우에는 그 유예기간의 장단 및 경과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그 판결의 확정시로부터 3년간이 결격기간으로 되는 것으로 유추해석할 수도 없다. 또한, 이와 달리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때를 위 결격기간의 종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허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 점은 이 사건과 같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한 기소 후 그 재판 도중에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태도다.
맺은 말
위 판결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을 하던 중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해석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형의 선고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종전에 선고된 집행유예판결의 영향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하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