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가.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여기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한편,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현재 어떤 자료를 확보하였고 해당 사안이나 피의자의 죄책, 신병처리에 대하여 수사책임자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는, 그것이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 등 수사기관 외부로 누설될 경우 피의자 등이 아직까지 수사기관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인멸하거나, 수사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에 맞추어 증거를 조작하거나, 허위의 진술을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해당 사건에 대한 종국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 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6.14. 선고 2004도5561 판결).

 

[해설] 검찰의 고위 간부가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중인 상태에서 해당 사안에 관한 수사책임자의 잠정적인 판단 등 수사팀의 내부 상황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수사 대상자 측에 전달한 행위가 형법 제127조에 정한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이다. 검찰의 고위 간부가 내사 담당 검사로 하여금 내사를 중도에서 그만두고 종결처리토록 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그룹부회장이던 A가 2000. 12. 초 B에게 “그룹에 대한 무역금융사기 건 검찰 수사와 관련하여 구속되지 않고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 B는 2000. 12.경 C에게 A가 무역금융사기 건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불구속 처리될 수 있도록 힘써 줄 것을 부탁하면서, 사건 내용, 수사 상황, 담당 검사 및 소속부서 등이 기재된 쪽지를 건네주었고, C는 검찰 간부를 통하여 알아보겠다고 대답하면서 2000. 12. 중순 B를 통하여 D에게 경비를 요구하여 2억 5,000만 원을 전달받은 사실, C는 2001. 1. 말경 대검찰청 차장검사실로 전화하여 피고인 1에게 “A가 서울지방검찰청 외사부의 수사를 피하기 위하여 일본에 가 있는데, 국내로 들어와서 조사를 받을 경우 불구속으로 처리되는 것이 가능한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인 1은 C의 전화를 받은 후 그 시경 위 무역금융사기 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서울지방검찰청 외사부 부장검사에게 전화하여 사건의 내용이 어떠하냐고 물었고, 그 부장검사로부터 주임검사의 생각에 크게 엄벌할 정도의 중한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는 답변을 듣자, C에게 A가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불구속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조사받아도 되겠던데”라고 전해 준 사실, 이에 C는 B에게 모든 정리가 되었으니 A가 안심하고 국내로 들어와도 된다고 말하였고, A는 2001. 2. 6. 귀국하였으며 며칠 뒤 서울지검에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은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이 담당 부장검사로부터 알아내어 C에게 전달해 준 내용은 단지 사안의 경중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당시 수사팀에서 그룹사건과 관련하여 A를 크게 엄벌할 정도로 중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므로 A가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불구속 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고, 그 내용은 해외에 도피한 채 검찰 수사가 확대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던 A가 2000. 12. 초부터 2001. 1. 말까지 B, C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하거나 변호인을 통하여 확인하기를 원했던 가장 중요한 정보로서 장차 검찰 수사가 더 이상 강도 높게 진행되지 않고 그때까지 밝혀진 내용 범위 내에서 마무리될 것임을 예측케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피고인 1이 그룹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외사부의 수사가 계속 진행중인 상태에서 수사책임자인 부장검사와 주임검사가 위 무역금융사기 건이 A를 엄벌할 정도로 중한 사안은 아니라는 잠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수사팀의 내부 상황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C에게 전달한 행위는 형법 제127조에 정한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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