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autumn letter)
가을사랑
가을이 소리 없이 가고 있다. 떠나는 가을을 붙잡지 못해 아쉽다. 떠나가는 배처럼 가을은 슬픈 고동소리를 남긴다. 나는 바닷가에서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멀리 물보라를 가르며 가고 있는 뱃전에는 갈매기 몇 마리가 떠돌고 있고, 뱃고동소리는 가을의 파도를 타고 있었다. 배와 갈매기, 고동소리가 모두 가을 때문에 더욱 진하게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바다 건너에서 가을의 편지가 낙엽따라 내게 전해졌다. 바람에 뒹굴고 있는 낙엽들이 무척 처연해 보였다. 노란 은행잎과 더불어 낙엽은 해마다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시켜 주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에 한 개의 작은 잎으로 낳아서 진한 여름을 맛보고 가을이 되면 한 잎 낙엽이 되어 바람에 날리게 되는 것이 인생과 비슷해 보였다.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날 낙엽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아스팔트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을까? 겨울이 와도 우리의 사랑이 변치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남아 있었다. 눈을 맞아도 우리의 뜨거움은 식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사랑은 계절을 타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얀 눈이 쌓이면 우리는 이름을 적을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써놓고 이제는 다시 놓치지 않도록 손을 꼭 잡을 것이다.
사랑이 눈을 녹이면 땅 속의 따뜻함을 밟고 새 싹을 틔울 것이다. 아주 영원히 그 사랑의 싹은 되풀이해서 강을 건너고 바다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사랑의 기념탑을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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