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2)

 

가을사랑

 

 

마침 관동지방에 태풍20호가 불고 있었다. TV에서는 태풍 피해를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태풍 때문에 빗줄기도 굵어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우산을 쓰고 다녔다. 옷이 약간 젖어 차가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현란한 불빛 때문에 그런 정도의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있던 스타호텔은 신주꾸에 있었다. 신주꾸 거리로 나가기가 아주 편리했다. 호텔방이 작고 답답했기 때문에 가급적 밖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나그네의 마음은 다 그런 것일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흐름이 중요하다. 변화에 눈을 돌리고, 상황이 바뀌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들도 모두 낯선 사람들이라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 그게 아주 편안했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움직인다는 것은 아주 편리한 삶의 방식이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의미란 무생물과 같은 존재였다.

 

이튿 날에는 긴자(銀座) 거리로 갔다. 긴자에는 대형 백화점들이 많다. 여전히 비가 내렸다. 첫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교문관 서점으로 갔다. 3층에는 완전히 기독교 서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번화한 거리도 서점 안에 들어가면 조용하다.

 

나는 외국 여행을 다닐 때에는 꼭 서점을 들러본다. 그냥 구경을 하고 싶어서다. 일본에도 수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있었다. 그 많은 책들을 쓴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았다. 한권의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긴자 뒷 골목에 있는 라면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아주 작은 규모에 나이 든 남자 두 사람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서비스하는 종업원도 따로 없었다. 미소라면을 시켰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일본라면은 대체로 미끼해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긴자에서 백화점 몇 군데를 구경했다. 다시 신주꾸로 돌아와서 있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결국 스시집에 갔다가 우동집을 들렀다. 어디를 가나 생맥주를 찾아 마셨다.

 

일요일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타고 힐튼호텔로 갔다. 공항에 가기 위한 리무진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공항버스는 1인당 3만엔이나 된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동경의 가을풍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을색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그렇게 예쁜 단풍이나 샛노란 은행잎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틀 동안 비를 맞다가 날이 활짝 개여서 좋았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거리는 더욱 깨끗해 보였다.

 

나리타 공항에서 오가와 상 부부을 만났다. 배웅을 나온 것이었다. 함께 공항내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기다리다가 유료인터넷을 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공항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를 보고 내 블로그에 들어가 가을편지라는 글도 쓸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탔다. 기내에 들어가니 피로가 몰려왔다. 밖에는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원래 오후 5시 55분 출발예정인데 6시반이 넘어서 출발을 했다. 인천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캄캄한 밤하늘을 창밖으로 바라다 보고 있으니 세상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넓은 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는 짧은 가을 여행을 하면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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