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이 외국으로 도피한 경우
가을사랑
100억 원대의 계를 조직한 계주가 어느 날 계획적으로 계를 깨뜨리고 인천공항을 떠납니다. 벤처회사를 만들어 몇십억 원의 투자금을 모은 사장이 잠적해 버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외국에 가 있습니다. 이런 사기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사기범이 일단 출국해 버리면 속수무책이 됩니다. 범인이 외국으로 도망가기 전에 수사기관에 출국금지요청을 해야 합니다. 공황상태에 빠진 피해자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범인의 해외도피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범인이 외국으로 도주하기 전에 출국금지조치를 해 놓으면 국내에 있기 때문에 체포장에 의해 체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빌려 가지고 그 사람 행세를 하면 검문검색에서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사기범들은 검거되지 않고 공소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숨어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소중지되고 지명수배된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경찰에서도 모두 검거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인적 교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수출입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상도 대단히 높아졌고,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교류의 증가에 따라 범죄의 국제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범인의 해외도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입니다.
범인이 외국으로 도피하면 검거가 어렵고, 외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증거수집이 쉽지 않습니다. 국제범죄를 처벌하기 위하여 범죄인인도법과 국제형사사법공조법을 제정하였고, 그와 관련된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만은,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공조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형사기사건들이 해외도피로 영구미제상태에 있습니다.
이번에 BBK사건과 관련하여 김경준 씨가 우리나라의 요청에 의해 미국으로부터 인도되었습니다. 김씨는 2001년 12월 20일 미국으로 도피했고, 법무부는 2004년 1월 17일 미국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했습니다. 미국 FBI는 김씨를 체포했고, LA연방법원은 한국 송환을 결정했습니다. 김씨는 이에 대해 항소했다가 나중에 인신보호청원 항소를 포기했고, 이에 따라 2007년 11월 16일 한국에 송환되었습니다. 또한 검찰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카자흐스탄 정부에 범죄인인도요청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씨는 항소심 재판 진행 중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일본으로 출국했으나 그 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외국으로 도망간 경우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외국에 가 있는 범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끝까지 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데 외국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수사기관은 외국 영토에 들어가 마음대로 법집행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거액의 사기를 치고 일본으로 도망간 사기범에 대해서 한국 경찰은 일본에서 범인을 체포할 수 없고, 범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 수사기관이 일본의 영토 안에서 범인체포, 압수수색 등의 활동을 하면 일본법에 위반되는 범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적용되는 것입니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벗어난 범인으로서 한국법에 따라 처벌되어야 할 경우에는 그 범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해서 한국으로 인도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범죄수사에 필요한 증거자료수집 등에 관해서는 국제형사사법공조절차에 따라 상대방 국가의 협조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하여 국제사회에서는 형사사건에 관한 국가간 공조에 관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근거법령이 범죄인인도조약과 형사사법공조조약입니다. 이러한 국제법을 국내에서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국내법을 제정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범죄인인도법과 국제형사사법공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12월 16일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체결된 범죄인인도조약이 발효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 28개 국가와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의하여 사형, 무기, 장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한하여 인도청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간통죄와 같이 어느 한 나라에서만 처벌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인도청구가 불가능합니다. 범죄인인도청구는 사건 담당검사가 인도청구자료를 수집하여 인도청구서를 작성하여 소속 검찰청 검사장과 대검찰청을 경유하여 법무부장관에게 범죄인인도청구를 의뢰하고, 법무부장관은 외교통상부장관을 거쳐 피청국국에 인도청구서를 보내게 됩니다.
모든 사건에 대해 피의자가 외국으로 도주했다고 인도청구를 하는 것은 아니고 검사의 요청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사안이 중대한 경우 담당검사에게 범죄인인도청구의뢰를 법무부장관에게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도청구를 한다고 해도 상대방 국가에서 인도를 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상대방 국가는 대한민국과 체결한 범죄인인도조약에 근거하고, 자국의 국내법절차에 따라 범죄인인도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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