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다리 촬영이 범죄인가?


가을사랑



한 30대 남성이 지하철에서 어떤 여성의 �은 치마를 사진으로 찍었다. 여성은 자신의 다리가 몰래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치마는 무릎 위로 10 내지 15 센티미터 올라가 있었다. 이런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어떤 법에 저촉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첫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상대방의 승낙을 받지 않고 임의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이른바 상대방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 헌법 제10조와 민법 제750조 제1항 등이 초상권을 인정하는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초상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 즉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지 아니하며,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사용되지 아니하는 법적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초상권은, ①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할 권리(촬영 작성거절권), ②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 복제되지 아니할 권리(공표거절권), ③ 초상이 함부로 영리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초상영리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얼굴이 아닌 다리라고 하더라도 그 다리 사진이 특정인의 신체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도로 촬영되었다면 상대방의 승낙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둘째, 이 사안에서 여성이 �은 치마를 입고 있는 다리를 찍은 것이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4조의2(카메라등 이용촬영) 제1항은,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 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어 반드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동법 제15조).


이 사안에서 쟁점은 무릎에서 위로 15센티미터 정도 올라가 있는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다리가 과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이 문제는 �은 치마 아래 다리를 몰래 촬영하는 것이 범죄에 해당하느냐 여부의 논의에 속한다. 그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적법하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초상권침해가 되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개의 사항에 속한다.


검찰에서는 �은 치마 다리를 촬영한 남성을 성폭력범죄처벌법 제14조의1 제1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약식기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 성폭력범죄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카메라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대상은 타인의 성교장면이나, 나체장면, 치마 속을 촬영한 장면, 용변을 보는 장면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에 �은 치마를 입고 지하철을 다니고 있는 여성의 다리를 위와 같은 평면적인 차원에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라고 볼 수는 없다.


검찰에서 이와 반대로 해석하여 기소한 것은 범죄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입법의 기본적인 취지를 벗어난 부당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성의 다리를 보고 누가 성적 욕망을 느끼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겠는가? 설사 그런 남성이 있거나 여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인식일 뿐이다.


만일 검찰의 입장처럼 해석한다고 하면 그와 같이 짧은 치마를 입은 다리가 다른 사람에게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면, 그 �은 치마를 입은 여성 자체의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요즘 �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해서 그 여성을 공연음란죄 해당 여부를 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주 �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면 일부 사람들은 좀 야하다고 생각하거나 공연한 장소에서 좀 민망해할 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여성의 다리를 보면서, 특별법에서 처벌하려고 하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다리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정법에서 처벌법규를 두고 있지 않은 행위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지 민법에 의해 몰래 촬영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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