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의 검찰
가을사랑
정성진 법무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장관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정권 말기의 미묘한 시점에서 법무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법무장관이 공개한 발언은 정치와 검찰, 검찰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향후 검찰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찰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으며 독립성을 유지했다고 볼 것인가? 5년 동안 정치와 검찰은 고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었다고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노 대통령이 검찰권 행사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이 과연 정치적 권력에 맞서서 초연한 자세로 자신의 직무상 독립성을 지켜왔느냐 하는 점에 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권력의 실세들이 형식적으로는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있어도, 검찰에서 알아서 대통령의 의중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정 장관은 BBK사건과 정윤재 전 비서관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진행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변양균 신정아 사건에서는 수사과정에서 대통령 참모인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이 수사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 때 검찰을 못마땅한 집단으로 본 건 사실이나 그것이 검찰권 행사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 시절에 검찰권 행사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에 대하여 공정한 평가를 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 장관은 검찰의 자기반성에 대해서, 검찰이 권력집단으로 비춰졌는지 반성할 측면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검사들이 사명감은 불타지만, 민심을 읽는 능력, 종합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미흡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위를 보이려 애쓰지 말고 묵묵히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의 권위의식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제대로 받기 위해 할 일은 아직도 산처럼 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 장관은 검찰의 BBK수사에는 나무랄 데가 없었으나 수사발표를 하면서 국민들을 제대로 납득시키는 데는 미흡했다고 보았다. 이명박 특검법을 위헌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위헌요소가 많다는 데는 지금도 변함없다. 앞으로는 정치권도 대선 과정에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을 법의 영역으로 가져서 오지 않았으면 한다. 정략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해 법을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BBK수사과정 및 결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공정한 판단을 받기는 어렵다. BBK특검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많은 시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장관은 그동안 사면이 선심성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면을 둘러싼 청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은 재판 권위를 손상시키고 법집행을 무력화시키는 면이 있는 만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가 병풍사건 주역인 김대업을 사면하려 했던 것도 법무부가 반대해서 빠졌다고 한다. 법무부가 한 두 사람을 반대해서 그 대상을 줄인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사면제도가 그동안 정략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지나치게 남용되어 법의 권위가 정치적으로 많이 훼손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와 검찰의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된다.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비롯해 검찰인사를 단행할 것이고, 검찰은 커다란 변혁을 맞게 될 것이다. 정치와 검찰은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양자가 밀착해서 밀월관계를 가지게 되면 권력은 부패하고, 검찰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은 더욱 고독한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더욱 미움을 받아야 검찰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검찰이 좌면우고해서는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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