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죄의 처벌과 방지대책
가을사랑
숭례문 방화사건의 범인은 자신이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자백하였다고 합니다. 개인의 부동산 수용보상금이 적은 데에 따른 불만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재를 소실시킨 행위는 정말 어처구니 없으며, 국가적 손실이 너무 커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은 1398년 조선이 수도 한양의 도성 정문으로 건립한 이래 지금까지 610년 동안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던 문화적 유산입니다.
이번 방화범은 어떠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며,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요? 방화죄라 함은 고의로 불을 놓아 건조물 기타 물건을 불타게 함으로써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방화죄는 공공위험죄에 해당합니다. 방화죄의 보호법익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법익이며, 부차적으로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습니다. 방화죄에 있어서 법익보호의 정도는 공공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됩니다.
범인이 숭례문에 불을 놓아 소실시킨 행위는 먼저 문화재관리법에 위반됩니다. 문화재보호법 제106조는 지정문화재인 건조물에 대하여 방화죄를 범한 자는 형법 제165조와 형법 중 이 조항에 관계되는 법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정문화재인 건조물에 대해서는 형법 제16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용 또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로 보아 공용건조물방화죄로 처벌한다는 취지입니다. 지정문화재에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가 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란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보호법 제5조부터 제8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지정한 문화재를 말합니다. 숭례문은 지정문화재로서 지정되어 있으므로 숭례문에 방화하여 소훼하게 한 경우에는 당연히 형법 제165조의 규정에 의해 처벌됩니다.
형법 제165조는 불을 놓아 공용 또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을 소훼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조물이란 지붕이 있고 담 또는 기둥으로 지지되어 토지에 정착하고 있어 사람이 출입할 수 있을 것을 요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견사나 토지에 정착되지 않은 천막은 건조물이 아닙니다.
이러한 건조물 가운데 공용 또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이 공용건조물방화죄의 객체에 해당합니다. 공용이라 함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사용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건조물 등의 소유권이 반드시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귀속되어 있을 것을 요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사유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때에도 공용에 공하는 건조물이 됩니다. 공익에 공한다는 것은 건조물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립학교, 교회, 성당 등의 건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공용건조물에 방화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건조물방화죄 보다 형이 가중되어 처벌됩니다. 일반건조물방화죄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나, 공용건조물방화죄에 있어서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것입니다. 숭례문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지정문화재이며 건조물에 해당하므로 이번 방화사건은 문화재보호법 제106조가 적용되며, 형법 제165조의 규정에 의해 처벌됩니다. 결론적으로 숭례문 방화사건은 문화재관리법 제106조위반 범죄로서 형법 제16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용건조물방화죄로 처벌되며, 고의범이고 기수범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범인은 형법 제165조의 규정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불은 인화력이 강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인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가져오게 됩니다. 고의적으로 불을 내는 방화죄는 사회적 위험성이 대단히 큽니다. 불을 지르는 것은 위험성이 일반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미칩니다. 그래서 형법은 방화죄를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화범은 우발적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싸우다가 격분하여 휘발유나 신나를 뿌리고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복수를 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다음 계획적으로 다른 사람의 집이나 자동차에 불을 지르는 범죄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화재보험에 가입한 다음 고의적으로 창고에 불을 낸 다음 보험금을 타먹는 보험사기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뚜렷한 동기 없이 산에 불을 내고, 불이 타는 것을 지켜보는 방화벽이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는 살인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화범죄는 모든 것이 불에 타버리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의 경우 범인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범인을 검거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많은 방화사건이 미제로 남게 됩니다. 방화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철저한 현장검증과 증거수집활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화재범죄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재감식전문가와 화재범죄수사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합니다. 검사도 화재전문검사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화재범죄는 무엇보다도 사전예방이 중요합니다. 범인들이 방화를 하기 좋은 우범지역을 사전에 잘 선정해서 범죄를 막아야 합니다. 방화범들은 재범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방화범에 대한 사법처리에 있어서도 가벼운 집행유예선고는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방화사건의 범인도 2006년 7월 창경궁 문정전에 방화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징역 1년 6월에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방화범에 대한 재범방지 교육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재범을 막기 위한 보호관찰제도를 내실화해야 합니다. 이번 숭례문방화사건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그동안 낙후된 영역으로 보이는 방화범죄에 대한 수사 및 재판, 방지프로그램에 대한 중대한 각성을 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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