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운동
가을사랑
1. 금요일 오전 6시에 배드민턴장으로 갔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학생과 운동을 했다. 몸이 무척 빨랐다. 역시 젊은 나이는 다른 것 같았다. 연세 많은 노인분은 오랜 경륜 때문에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게임을 잘한다. 배드민턴은 무척 힘이 든 운동이다.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짝 빠진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걷는 것도 힘이 들 정도다. 온 몸에서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2. 새벽운동을 격렬하게 하고 나니 지하철 안에서도 힘이 들었다. 자리에 앉고 싶은데 자리는 없었다. 잠실역에서 다행히 자리가 났다. 앉으니 노곤한 것이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벌써 서초역이었다.
3. 오후 3시경에 사무실을 출발했다. 혼자 차를 운전하고 떠났다. 신갈인터체인지에서 호법까지 차가 많이 막혔다. 공사를 하고 있어서였다. 이곳에서 거의 한시간 가까이 지체했다. 포항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다. 톨게이트에 A 회장 부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북부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횟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A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배를 타다가 자수성가한 분이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특징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남보다 더 열심히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A 회장은 젊었을 때 사업에 올인하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술을 일체 하지 않고 있었다.
4. 행복의 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어제 있었던 좋은 일을 기억하고, 둘째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셋째 미소를 짓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좋았던 일, 즐거웠던 일, 행복했던 일을 많이, 집중적으로 떠올려보기로 했다.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기억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기분 좋은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떠올랐다.
5. 아침에 일어나니 숲이 보였다. 이곳 날씨는 숲이 있어서 그런지 선선했다. 한 여름인데도 에어콘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잠이 깨어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새벽바람을 음미해 보았다. 그 바람의 숨결이 다가왔다. 너무 감미로웠다. 아주 미묘한 바람의 숨결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바람의 느낌을 기억장치에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랑의 감정도 마찬가지일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할 때 느끼는 미묘함을 제대로 정확하게 기억해 놓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6. 접대골프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던 어느 지방경찰청장이 사표를 내고 퇴임했다. 그는 경찰조직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도 떠나게 되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여일 동안 슬픔과 회한 속에서도 더 열심히 근무하리라 다짐하며 한 가닥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무거운 중압감에서 벗어나기로 했다고 한다.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어떠한 처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