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것처럼

 

가을사랑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바닷물이 파랗다.

장마비가 그렇게 내렸어도

바다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래서 바다다.

집 뒤로 소나무들이 많이 있어 밤에는 무척 시원했다.

 

 

가끔은 머리속을 비워야 한다.

가끔은 사고를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

가끔은 내가 아닌 사람처럼 살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속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벽 등산을 했다.

동해면 마산리에서 출발해서 구룡포읍까지 갔다.

4시간 가까이 걸었다.

정말 좋은 등산코스다.

 

산에는 칡덩굴이 많이 보였다.

키위나무도 많이 있었다.

작은 들꽃들이 너무 예뻤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너무 드러내지 않는

들꽃의 모습을 닮고 싶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한 바람이다.

산들산들 불어왔다.

 

그 바람의 촉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겁지 않고,

피부에 닿으면 착착 달라붙는 것 같고,

가슴을 파고 드는 것 같았다.

 

산들바람을 가슴 속에 담고 싶었다.

부드러운 촉감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다.

산들바람과 같은 사랑을 가꾸고 싶었다.

 

바람은 계속해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사랑이 생각처럼

오래 오래 계속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바람은 사랑이었다.

사랑도 바람과 같은 것이었다.

 

산 위에서 많은 산들이 첩첩으로

둘러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면 산들은 서로 붙어 있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포항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날고 있는 모습을 본다.

바다에서, 산에서

나를 자세히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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