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배드민턴회

 

가을사랑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5시 반에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서서히 어둠이 가시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상태의 하늘빛이 아름다웠다. 6시에 집을 나서 배드민턴장으로 갔다. 내가 새로 가입한 산속배드민턴회에서는 오전 6시부터 배드민턴을 친다.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거의 매일 아침 그 시간에 나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집에서 15분 정도 숲길을 걸어가면 배드민턴장이 나온다. 야간조명시설까지 해놓았다. 코트면은 3면이다. 옆에는 다른 운동기구들도 많이 놓여있다. 배드민턴은 참 좋은 운동이다. 테니스 보다 더 운동량이 많은 것 같다. 30분 정도만 하면 땀이 무척 많이 난다. 공이 워낙 빨리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집에 올 때는 다리에 기운이 없어 천천히 걸어야했다. 몸에 있는 에너지를 모두 배출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다. 온몸에서 기운을 모두 빼내고 걸었다. 출근을 하는 동안도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출근시간에 명일역에서 5호선을 탔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유치원 아이들 12명이 모여있었다. 선생님들 4명이 아이들을 관리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유심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똑 같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유치원 아이들이라 안전이 문제였다. 아이들은 지하철 안에서도 모두 서있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키가 작아서 손잡이를 잡을 수도 없었다. 좌석 옆에 있는 쇠를 아이들 3명씩 모여서 붙잡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앉아서 아이들을 보고만 있었다. 노약자석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었다. 매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든지, 아니면 앉아있어도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산을 쓰지 않고 출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햇살이 비쳤다.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의 속성대로 살아간다. 그 환경에서는 그 사람이 가장 우수한 전문가가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영역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만다. 자신만의 영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매한 처사다.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잘 모른 채 속단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처신을 잘 한다. 그렇게 함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가급적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오해하지 않고 선해함으로써 그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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