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장에서

 

가을사랑

 

새벽 6시에 산속배드민턴장으로 갔다. 9월이 되면서 해가 조금씩 늦게 뜨기 때문에 숲속은 다소 컴컴한 상태다. 새벽에 숲속을 걸으면 기분이 상쾌하다. 늦잠을 자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기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6시가 조금 넘으면 10명 정도의 회원들이 나온다. 1시간 반 동안 땀을 많이 흘리면서 운동을 했다. 게임을 하고 난타를 치면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배드민턴 라켓을 놓고 왔다. 당황스러웠다. 산지 한달 밖에 되지 않는 새 라켓이라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급히 차를 타고 운동장으로 갔다. 가면서 내가 왜 그렇게 부주의했던 것인지 자책감이 들었다. 가보기는 가보지만 그곳에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누군가 주워가지고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돌아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부주의를 탓하면서 속도 조금 상했다. 다시 라켓을 살 생각을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보니 역시 라켓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몇 사람이 다른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냥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라켓을 포기했다. 이미 잊어버린 것을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다음부터는 조심을 더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마지막으로 총무님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총무님은 라켓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운동장에 가보았다고 했더니 왜 먼저 자신에게 전화를 해보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웃는다. 총무님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라켓을 보고 총무님께 맡겨놓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의 기분이란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사소한 일에 기분이 나빠졌다가, 우울해지고, 다시 좋아지고 유쾌해진다. 마치 라켓을 하나 공짜로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항상 모든 일에 침착하고 조심스러워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기분도 나빠진다. 그런 나쁜 기분은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사에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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