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사와 동네장기
가을사랑
국무총리를 지낸 모 인사에 대한 뇌물사건을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인사청탁을 하면서 5만 달러를 주었다는 뇌물공여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달려 있다.
5만 달러가 현존하고 있어 압수된 것도 아니다. 뇌물을 공여하는 장면이 사진이나 CCTV로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뇌물을 주고 받을 당시에 두 사람의 대화가 녹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증거는 무엇일까?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인 증거재판주의에 의하면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되어야 유죄판결이 가능하다.
결국 뇌물사건 수사는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불분명한 인적 증거를 통해 진실을 가리는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뇌물공여자의 주변 상황을 조사하고, 뇌물을 주었다는 자백을 받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뇌물공여자를 압박하여 뇌물을 주었다는 사실에 대한 자백을 받고, 그에 대한 보강증거를 찾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렇게 받은 자백은 시간이 가면 번복되며, 그 자백의 허구성이 법정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은 뇌물공여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심리상태가 매우 미묘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뇌물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무리한 수사, 표적수사, 강압수사 등의 비난을 받아왔던 분야가 바로 뇌물사건을 둘러싼 수사였다. 그러므로 검찰은 뇌물사건수사에 있어서 정도에 따른 원칙적인 수사를 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다.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사실을 언론에 알려서는 안 된다.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념은 어느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명예훼손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수사는 철저하게 하되 법의 원칙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뇌물사건과 같은 고도로 어려운 수사를 동네장기 두듯이 처음부터 오픈해서 여러 사람들이 참견을 할 수 있게 만들면 그 수사는 실패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사는 동네장기가 아니다. 동네장기가 되면 검찰은 정치판에 휩쓸려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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