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범죄의 현실과 대책
가을사랑
최근에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의 특성상 이들에 대한 성폭력범죄는 일반인에 대한 성폭력과 달리 범죄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범인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을 쉽게 저지르며, 범죄 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장애인이 피해자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녀에 대한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한다. 폭행이란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고, 협박이란 해악을 통고하는 것을 말한다.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충분하다. 문제는 강간죄에 있어서 피해자인 여자의 반항을 제압하고 성행위를 한다는 것을 요체로 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 있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강간을 당할 때 제대로 반항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강간을 당하는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할 때가 있다. 범인은 이러한 사정을 최대한 이용해서 강간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불완전한 점을 최대한 이용하게 된다. 이때 잘못하면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처벌을 하지 못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이르게 되어 사회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법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 규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정신상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시화고 있다(대판 2007.7.27. 2005도2994).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로서는 심신미약자 간음추행죄가 있다. 이것은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 또는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30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미약자라 함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부족한 자를 말한다. 이러한 심신미약자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에 심신미약자간음추행죄가 성립하게 된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며, 기망뿐만 아니라 유혹도 포함한다.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부녀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하는 경우를 말한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죄(청소년강간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여자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청소년에 대하여 추행한 것인바, 이 경우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 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대판 2005.7.29. 2004도5868).
최근에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하학교 장애인 성폭력사건에서 법원의 재판결과는 일반 국민의 성범죄에 대한 법감정에 제대로 미치지 못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2008년 7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교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인 성폭력범죄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죄질은 매우 나빴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 때문에 다른 사건과의 처벌상의 균형을 고려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인데, 이 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항소심 재판 중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에 고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고소가 취소됐다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했기에 설사 2심에서 취소됐더라도 양형에서는 고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피해자가 장애인이기에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 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다며 2심 재판 중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장애인 성범죄 구성요건인 항거불능 조항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벌이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해자가 지적장애인에게 폭력적으로 접금하더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특수성을 법원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2011년 10월 7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장애인 강간죄의 법정형을 5년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한 번만 저질러도 전자장치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에서는 성폭력범죄는 마지못해 합의해 주는 경우가 많아 일반 사건 합의와 다르게 취급하는 등 특수성을 양형에 반영하고, 남녀 판사가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형위원회도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에 대법원은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 제도를 규정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은 시행일 이전의 성범죄에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적용을 단호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인하학교 장애인 성폭력사건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사 및 재판에 있어서 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에 특별한 배려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은 범죄를 당할 때 자신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한다. 그래서 손쉽게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피해를 당한 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피해상황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소를 취소하기도 하고 범죄와의 투쟁에서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앞으로는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의 진정한 인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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