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공동불법행위책임

 

가을사랑

 

<문제>

1. 피해자측에서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을까?

 

2. 의료행위에 관여한 다수의 의사 중 누구의 과실에 의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게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이들 모두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3. 산재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확대된 손해와 산재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요지>

 

1.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위반과 손해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 의료사고에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원리는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에서 일관해서 같은 취지로 인정하고 있다.

 

2. 다수의 의사가 의료행위에 관여한 경우 그 중 누구의 과실에 의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게 특정할 수 없는 때에는 일련의 의료행위에 관여한 의사들 모두에 대하여 민법 제760조 제2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산재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손해와 산재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산재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의료사고의 내용>

 

갑은 회사 작업장에서 프레스 기계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던 중 양손이 위 기계에 압착되어 좌, 우측 각 제1, 2 수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갑은 의사들인 피고 2, 3으로부터 수지절단 및 접합수술을 받았다.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수술을 전후하여 전신기능이 저하된 망인에게 적정수액량을 훨씬 초과하여 수액을 과다투여하였음에도 망인의 소변배출 여부와 소변량 등 환자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였고, 망인은 수술 이후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에 400㏄ 가량의 삼출물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는 바람에 심폐기능에 갑작스런 장애를 일으켜 심장 탐포나데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망인은 피고들 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경미하나마 만성 심낭염 증세가 있었으나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고, 피고 병원에 내원할 무렵에도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의 증상이 없었으며, 수술 전 피고 병원에서 행한 각종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심장 또는 대동맥의 파열 또는 해리가 없을 경우 단시간 내에 심낭에 400cc 가량의 삼출물이 차는 경우란 극히 드문 일이다.

 

이 사건 2차 의료사고는 전신기능이 저하된 망인에게 수액을 투여함에 있어 그 용량을 철저히 지키고 투여 후에도 망인의 소변배출 여부와 배출량 등을 제대로 관찰하며 신체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보아 수액 투여로 인한 부작용의 기미가 보이면 즉시 이를 중단하거나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수액을 계속 투여하고 망인의 신체상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피고 2, 3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후, 망인은 위 피고들의 의료상 과실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기존에 앓아오던 만성 심낭염 증세로 인하여 사망한 것뿐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 및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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