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료방법의 선택권

 

가을사랑

 

<문제>

소아외과 의사가 5세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항암치료를 위하여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우측 쇄골하 부위를 주사바늘로 10여 차례 찔러 환자가 우측 쇄골하 혈관 및 흉막 관통상에 기인한 외상성 혈흉으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 담당 소아외과 의사에게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건진행과정>

검사는 어린 아이가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하여 재판에 회부하였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지방법원에서는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이에 의사는 억울하다고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에서는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병원 소아외과 전문의인바, 2005. 12. 12. 08:55경부터 10:20경까지 피해자(여, 5세)를 상대로 계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하여 전신마취를 하고 “카테터(catheter)” 및 이에 연결된 “케모포트(chemoport)”를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 및 우측 흉부에 삽입하는 수술을 함에 있어서,

 

피해자는 백혈병 환자로서 혈소판 수치가 지극히 낮아 수술을 위하여서는 수혈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혈소판 수치를 끌어 올려야 하는 등 지혈이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주사바늘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의 위치를 찾음에 있어서 수술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손상의 범위를 넘어 혈관이나 흉막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찾고자 하는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이 계속 발견되지 아니할 경우 그만두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사바늘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정확히 찾지 못한 채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부위를 10여 차례에 걸쳐 지나치게 빈번하게 찌른 업무상 과실로,

 

주사바늘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혈관과 흉막을 관통하여 혈흉을 발생시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4:20경 우측 쇄골하 혈관 및 흉막 관통상에 기인한 외상성 혈흉으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원심의 판단>

① 피고인으로서는 보다 주의 깊게 이 사건 수술에 임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수술을 시행하다가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이 혈흉을 발견하였음에도 경과를 지켜보다가 수술 완료 후 20분 이상 경과한 시점에야 흉부외과에 연락하여 흉관삽입술을 시행케 하였던 점,

③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수술 전보다 더 악화된 결과가 예견된다면 다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잘 될 것이라는 생각 하에 무리하게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마)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지 않았다거나 주사바늘로 쇄골하 부위를 10회 정도 찔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수술 시행 중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하여 혈흉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며,

 

혈흉의 치료를 위한 조치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에는 위법이 있다(대법원 2008.8.11. 선고 2008도3090 판결).

 

<해설>

의사가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을 가진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재량권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의사가 중간 중간의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한 관찰을 하고, 신속하게 혈흉에 대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사망의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관점에서 보면 대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의사의 주의의무의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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