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욱에 대한 도덕적 비난가능성과 형사처벌가능성
가을사랑
최근 고영욱 사건 수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간음행위에 대한 도덕적 비난가능성과 형법상 가벌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성범죄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있고, 한편으로는 성에 대한 자유주의 및 개방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6세의 고영욱이 미혼으로서 18세의 여학생을 꼬여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가서 술을 먹이고 간음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다시 그 여학생과 오피스텔에서 간음을 했다. 이번에는 술을 먹이지 않고 마치 사랑하는 사이이며, 그러한 연인관계를 계속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간음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수사에서 경찰이 주장하고 있는 중요한 범죄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2명의 미성년자를 꼬여 간음을 했다는 사실도 추가되었다.
원래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간음행위는 육체를 가진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로서 원칙적으로 법에 의해 금지되는 사항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Sex는 두 사람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고, 사회가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해놓고 일정한 경우에 허가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식주의 기초적인 생활과 마찬가지로 본능적 욕구를 가진 인간이 자연스럽게 하는 성적 행위이며, 애정의 표현수단이고, 나아가 종족보존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류사회는 섹스에 대해 그때그때 사회의 도덕과 성풍속을 반영해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았다. 그것은 예컨대 일부일처제라는 혼인제도를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원칙적으로 남녀간의 성교는 결혼을 전제로 하고, 결혼한 다음 배우자 사이에서만 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 이외의 대상이나 방법에 의한 성교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처녀성을 상실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결혼한 다음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교하는 것을 죄악시했다. 성경에 보면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교를 하면 돌로 쳐죽이는 방법으로 가혹한 제재를 가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간통을 한 사람을 땅에 묻어놓고 가슴 윗부분만 노출시킨 다음 동네사람들이 집단으로 돌을 던져 때려죽이는 방법으로 응징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간통을 더 이상 형사처벌하지 않고 이혼사유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간음 및 간통 등과 같은 인간의 성행위를 얼마나 다르게 인식하고 대처해왔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오랜 인간의 역사에서 형성된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근저에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여전히 바람직한 성행위와 바람직하지 못한 성행위에 대한 기준에 대해 가변적이면서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도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되었고, 간통죄 폐지 여부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고영욱의 간음행위는 어떠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살펴보자. 고영욱은 36세의 남자이고,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성교의 상대방 여자는 이제 18세밖에 안되었고, 여학생이다. 별로 사회적 경험이 많지 않다.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에 해당한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성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있고, 성교능력이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정상인에 해당한다.
고영욱이 만일 18세 여자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 혼전 성교를 했다면 비난가능성이 있을까? 나이 차이가 너무 많고, 여자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다소 이상하고 어색하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고영욱을 비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법적으로도 18세의 여자는 혼인신고도 가능하다.
그런데 만일 고영욱이 18세 여자와 결혼할 의사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여자에게 결혼할 것처럼 거짓말을 했고, 고영욱의 거짓말에 속은 여자가 성관계에 응했다면 어떻게 될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행위는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에 해당되어 때로는 구속되어 징역도 살고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되어 위자료를 물어주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져서 더 이상 형사처벌대상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도덕적인 비난은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이 미혼인 상태에서 음행의 상습성이 없는 여자를 상대로 결혼할 것처럼 속여 10명의 여자를 간음했다면 파면될 가능성이 높다.
고영욱이 만일 18세의 여자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주겠다면서 꼬여 간음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 역시 도덕적 비난가능성은 매우 놓다. 하지만 이런 경우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간음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거짓말 했다고 모두 위계의 개념에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위계는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중요한 구성요건요소인데 그러한 위계는 곧 바로 간음행위 그 자체에 대한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원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영욱이 18세의 여학생에게 앞으로 연인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속여 간음을 했다고 하는 부분은 역시 도덕적으로는 비난가능성이 있으나 위계간음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간음행위는 여학생의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를 받았을 것을 전제로 한다. 자발적인 동의를 받지 않고 강압적으로 간음을 하면 성폭행범죄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동의를 받지 않고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여자를 간음하면 준강간죄로 처벌된다. 고영욱의 행위가 이와 같은 강간죄 또는 준강간죄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수사를 해서 증거로 밝혀낼 일이다. 증거가 불충분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 더 조사해서 증거를 보강해서 나중에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그때 구속해서 처벌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행위에 대한 형법상 가벌성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원칙이 있고, '의심스러울 때에는 범죄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대원칙이 있어 범죄인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인 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18세의 여학생이 아직 미성년자이고 사회경험이 적기 때문에 36세의 남자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유혹해서 오피스텔로 데리고 가서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했다면 여학생을 크게 비난할 수는 없다. 모든 책임과 사회적 비난은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이른바 프리 섹스 분위기로 바뀌고 있으며, 성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여하지 않고 가급적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맡기려고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형법은 가급적 성적 영역에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강압에 의한 성행위는 엄벌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성적 행위는 결국 프라이버시의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고영욱 사건에 대한 수사 및 향후 재판절차는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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