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가을사랑

 

<의대생들이 펜션에 함께 가서 있던 중,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여학생의 속옷을 벗기고 신체 일부를 만진 다음 21회 촬영했다.>

 

성추행을 한 의대생 3명에 대해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 내지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출교되었고, 재입학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사건의 경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째, 성범죄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느끼게 되고,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거나, 자신의 가족이 피해를 당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은 성범죄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커다란 충격을 주고, 심리적인 피해를 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직접 당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의 딸이 강간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강간범을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다. 강간범을 사형에 처하든지, 무기징역에 처하든지, 거세하든지 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둘째, 성추행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는 생각 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웬만한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이러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었고, 여성의 인식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성추행과 성희롱 역시 피해자들의 피해 인식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하철에서의 성추행으로 인해 현직 판사가 옷을 벗었고, 술좌석에서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사실로 검사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셋째, 성범죄의 가해자들은 아직도 범죄의 심각성, 죄질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의 근본적인 동기는 육체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강간범의 경우는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을 한다. 강제추행도 마찬가지이다. 동물적인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성추행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격적 배려나 존중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성희롱은 더욱 그렇다.

 

넷째,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상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 여학생은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완전히 망가졌고, 성적 수치심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성추행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명예훼손도 되었다. 가해자들은 명문 대학 의대생으로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몇 년 있으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평생 의사로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보람을 느끼고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순간의 잘못으로 일생을 망치고, 당장 징역을 살아야 하는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다섯째, 사회는 매우 냉정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실 법은 무섭다. 법은 용서가 없다. 가해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법을 위반했는데, 법은 결코 그렇지 않다. 가해자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가해자의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던 의대생이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한 것을 가지고, 같은 친구인 여학생이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닌데 용서해주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성추행사실로 징역형을 1년 6개월 이상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처벌한다.

 

여섯째,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을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공무원은 관행으로 생각하고 뇌물과 향응을 받다가 인생을 하루 아침에 망친다. 바람을 피다가 간통죄로 파멸되기도 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면허가 정지되고, 심지어 사고가 나서 구속되기도 한다. 농담 삼아 성희롱을 하다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신문에 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에 이르면 그동안 그토록 피땀을 흘려가면서 고생한 인생이 아무 의미도 없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일곱째, 사물을 볼 때 항상 양면을 모두 살펴 볼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입장만 보고, ‘가해자는 나쁜 사람이니까 무조건 엄벌해야 한다.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입장, 즉 그들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 범죄의 시간과 장소, 피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서로 다른 점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과연 가해자들은 할 말이 없겠는가? 그리고 그들에 대한 형사처벌의 내용이 적정한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 자신, 그리고 자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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