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과 정치권 파장
가을사랑
A 저축은행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뇌물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거물 정치인들의 혐의가 언론에 유포되어 시끄럽다.
검찰에서는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으로부터 일부 자백을 받고, 거론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언론을 상대로 강력하게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원래 뇌물사건은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 물적 증거가 확실한 사건에서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으로부터 자백은 받았는데, 상대방이 뇌물을 받은 사실 자체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이 주로 문제되는 사안이다.
물론 돈을 준 사람의 장부나 은행계좌에서는 돈이 빠져 나간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돈이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 갔다는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검찰은 돈을 주었다는 사람의 진술을 더욱 상세하게 받음으로써 그에 대한 정황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돈을 주었다는 사람의 진술이 신빙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바로 뇌물사건의 재판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는 대신에, 돈을 준 사람의 구체적인 진술과 그의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정황증거를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검찰에서 이와 같은 뇌물공여자의 자백을 받는 기술과 그의 자백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의 수집 능력이 탁월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위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도 변호사의 도음을 받으면서 뇌물사건에서 무죄를 받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는 뇌물공여자의 자백만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진 상태에서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구속기소하고, 대체로 유죄판결을 받아낸다.
하지만, 뇌물사건의 속성상 법원에 가면 검찰의 이러한 수사는 공판정에서 심한 탄핵을 받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또 많은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뇌물사건에서는 또한 은밀한 거래이다 보니 배달사고가 많이 난다. 공여자는 분명히 돈을 만들어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 갖다 주라고 했는데, 중간에서 전달하겠다고 한 사람이 착복하는 것이다. 불법적이고 부정한 돈이다 보니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는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물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보다 선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련되어야 한다. 우선 철저한 수사보안을 지켜야 한다. 동네 장기 두듯이 뇌물사건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가급적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언론에 공표해서는 안 된다. 수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사 결론으로 말해야 한다. 철저하게 보안을 지켜가면서 수사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검찰의 기본 사명이다. 공연히 피의사실을 먼저 언론에 알려 강력한 저항을 초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리고 수사대상자들 역시 수사를 앞두고 근신하는 것이 마땅하다. 억울한 사정은 검찰에 가서 철저하게 밝히면 되고, 만일 검사가 피의사실을 무책임하게 공표했다면, 형사고소나 국가배상청구를 통해 책임을 물으면 된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는. ‘나는 결백하다. 일원도 받지 않았다.’ ‘검찰에서 표적수사를 한다.’ ‘뇌물공여자를 검찰이 회유해서 정치공작을 한다.’는 등의 항변을 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 수는 검찰 수사를 받고 난 다음에는 고개를 떨구고 구치소로 향했다.
이런 적반하장의 풍토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나 정치인은 정말 이제는 불법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고, 적은 돈으로 정치도 하는 사회가 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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