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당한 여자가 거꾸로 무고죄로 재판을 받은 사건
가을사랑
어떤 여자가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가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고 화간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자의 부인은 자신의 남편을 고소한 여자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물론 부인은 여자뿐 아니라 자신의 남편도 간통죄로 고소했다. 간통죄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동시에 처벌하는 쌍벌죄이기 때문이다. 형법상 필요적 공범이기도 하다.
경찰이나 검사는 이런 사건을 수사해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여자는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라 화간을 한 것이기 때문에, 강간죄는 혐의가 없고, 여자가 허위고소를 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검사는 최종적으로 강간죄를 불기소처분하고, 여자를 간통죄와 무고죄로 재판에 회부했다. 물론 남편도 부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에 간통죄로 같이 재판에 넘어갔다.
그런데 법원에 가서는 사건이 엎치락 뒤치락되었다. 1십재판에서는 여자가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고 간통을 해놓고 강간을 당했다고 허위고소를 했다는 검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간통죄와 무고죄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 가서는 이러한 판결이 뒤집어졌다. 간통죄와 무고죄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강간을 당했다는 여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법원에서도 여자의 주장이 인정되었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강간을 당한 여자가 무고죄로 처벌을 받고 징역까지 살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사건의 진행상황>
① 원고가 피고를 2000. 2. 21.자 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피고에 대하여 혐의 없음의 처분을 하였다.
② 오히려 검사는 2001. 3. 6. 원고를 무고 및 간통 혐의로 기소하였다.
③ 원고는 2001. 8. 9. 제1심법원에서 전부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④ 그러나 원고는 2002. 10. 10. 항소심법원에서 2000. 2. 21.자 간통의 점과 이에 기한 무고의 점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받았다.
⑤ 그 판결은 2004. 9. 24.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로 확정되었다.
⑥ 여자는 남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그런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문제가 되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2.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검사나 피고의 주장대로 원고가 2000. 2. 21.자 강간 고소 부분에 대하여 간통죄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에게 무고로 인하여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되므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원고가 2000. 2. 21.자 강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간통과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그 결과 원고의 2000. 2. 21.자 강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2004. 9. 24.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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