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무원은 뇌물을 ‘받아도 된다’ vs. ‘받아서는 안 된다’

가을사랑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첫 번째 캐치프레이즈로 부정부패척결을 내세웠다. 그리고 새정권이 들어서면 언제나 예외없이 전정권에 있어서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했다. 그리고 검찰에서 늘 성역 없는 특별수사를 통해 정경유착고리를 끊고 공직사회를 맑게 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위헌소지가 있다고 하는 김영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현재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지수는 여전히 높은 편이고, 국민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체감지수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옛날에는 공무원이 상하를 막론하고 선민의식(엘리트의식)을 가지고, 철저한 갑(甲)의 위치에서 국민 위에 군림했다. 그러면서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법과 규정은 잘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부당하게 과잉대접을 받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권한을 남용했다. 그리고 뇌물을 받고 향응을 받으며,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뇌물과 향응은 공직사회의 관행이 되었다. 그런데 그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기본적인 공무원의 인식은 많이 달라져왔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나 기강확립, 감사시스템도 많이 달라졌다. 필자는 1982년부터 1998년까지 공무원생활을 했다. 그리고 퇴직후에는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많은 공직자들을 만났다. 또한 2003년부터는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건축사 및 건축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공무원이나 민간인이나 함께 사고방식과 인식이 매우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 일부 공무원들은 과거의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 해결책을 여기에서 다 논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공무원에게 아무도 실질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공무원이 처음 출발할 때부터, 그리고 중간 중간 누군가가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과 윤리에 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학습효과가 시간이 흐르면 전 공직사회에 나타난다. 그래야 부정부패가 없어지고, 모든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지 않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고 나라가 올바르게 되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처벌된다!!!’ 이렇게 간단히 지시하고 넘어가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되는가?’ ‘뇌물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알기 쉽게, 반복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되는지 설명하기로 한다. 뇌물을 받으면 무엇이 좋을까? 지금까지의 사회적 경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뇌물을 받으면, ① 당장 돈이 들어온다. ② 고급 식당이나 술집에 가서 대접을 받는다. ③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생활한다. ④ 민원인이 굽실거려 기분이 좋다. ⑤ 가족에게 공무원인 자신이 막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 ⑥ 상급자에게도 돈을 잘 써서 승진도 잘 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⑦ 일처리를 법에 억매이지 않고 탄력적으로 처리해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⑧ 많은 사람을 만나 친분관계를 맺어 발이 넓어진다. ⑨ 돈을 잘 쓰기 때문에 애인도 둘 수 있다. ⑩ 골프도 치고 뮤지컬도 다닐 수 있어 고급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다. 물질만능의 풍조에서 돈처럼 무소불위의 파워를 가진 존재는 없다. 그래서 뇌물은 돈과 향응, 섹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본주의에서 최고의 엑기스만 뽑아서 공무원에게 제공하고, 이를 수단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이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부와 명예를 함께 누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뇌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계속적인 자금공급원이 된다. 사치와 소비 수준을 대폭 늘려놓는다. 그래서 그로 인한 효용과 충족감은 공무원을 높은 경제적 수준으로 올려놓고, 이 때문에 그는 ‘뇌물 중독’증세를 일으키며 그러한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뇌물을 받으면 무엇이 나쁠까? 나쁘다기 보다는 좋지 않을까? 술 담배, 마약이나 섹스에 중독되면 무엇이 나쁠까? 라기 보다는 무엇이 좋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술, 담배, 마약, 섹스는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아주 강하게 우세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물은 어떤 점에서 나쁜 것일까? 살펴보기로 한다. ① 일단 뇌물이 문제되면 공무원의 신분이 박탈 당한다. ② 언제 뇌물이 드러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공소시효만료일까지 지속된다. ③ 뇌물 액수가 크면 구속되어 감방에 가야 한다. ④ 감방에 가면 장기간 자유가 박탈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며, 하고 싶은 인터넷을 할 수 없다. ⑤ 뇌물로 받은 돈은 물론 이자는 붙지 않지만 전액 몰수 또는 추징 당한다. ⑥ 수사를 받게 되면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초죽음상태가 되며 극심한 공황에 시달려야 한다. ⑦ 퇴직금이나 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추락한다. ⑧ 배우자와 자녀, 주변 친인척, 지인들에게 추하고 더러운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이 퍼져 오랜 세월 쌓아왔던 명예가 하루 아침에 훼손당한다. ⑨ 변호사 비용을 들여야 하고, 옥바라지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⑩ 애인도 도망가고, 골프나 뮤지컬 같은 고급 취미생활도 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단 뇌물의 좋은 점과 대비를 맞추기 위해 필자는 열가지만 뽑았지만, 더 뽑으면 100가지는 족히 된다. 간단히 추가하면, ⑪ 수사나 재판이 인간에 의한 인간이 만든 법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며,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한 제도인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⑫ 그토록 믿었던 뇌물공여자가 하루 아침에 돌변하여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을 깨닫고 세상이 무서워진다. ⑬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겨 징역을 살고 나와도 세상을 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⑭ 감방에 가 있는 동안 자녀를 살필 수 없어 사춘기의 자녀들이 탈선하고 가출한다. ⑮ 배우자 역시 실망하고 높아졌던 경제적 수준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해 바람이 나는 경우도 있다. 애인은 물론 구속되는 즉시 도망간다. ⑯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다가 심약한 공무원은 자살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약한 공무원은 뇌물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 ⑰ 뇌물사건이 문제되지 않아도 사업에 실패한 공여자는 공무원에게 주었던 뇌물의 몇 배를 돌려받는다. 이럴 때는 꼼짝없이 공갈(?)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파면당하고 감방에 가야 하니까. ⑱ 근로의 소중함과 가치를 잃어버려 평생 고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⑲ 배우자나 자녀 역시 흥청망청 들어오는 돈에 마비되어 정상적인 가치를 갖지 못한다. ⑳ 뇌물 받느라고 술에 빠져 고혈압, 당뇨 등으로 건강을 잃게 된다. 봐라!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문제점만 열 개가 나열될 정도다. 그래서 건축공무원은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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