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의 강제성과 대가성
가을사랑
학교전담경찰관이 담당학교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뒤 문제가 되지 사직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에서는 뒤늦게 난리를 치고 있다.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감찰한다고 한다.
경찰은 ‘2명의 경찰관은 성관계는 인정했으나 강제성 또는 대가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에는 현직 검사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었다가 재판에 회부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에서는 ‘강제성’은 없었지만 ‘대가성’은 인정되어 처벌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경찰관 사건에서는 ‘강제성’과 ‘대가성’ 모두 없었으니 수사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현직 경찰관과 미성년자인 여학생의 성관계! 그것도 학교전담경찰관이 자신의 직무 범위안에서 보호대상인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은 어쩐지 형사처벌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일반적인 법감정은 어떨까?
물론 이 사건은 단순한 강간죄나 성매매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형사법은 강간죄와 성매매사범에 대해 가급적 그 처벌대상범위를 입법이나 법해석을 통해 넓혀왔고, 무겁게 처벌해왔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처벌조항은 무엇일까? 형법 제306조 제1항이 있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부녀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06조 제1항)’
믈론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처벌범위를 자의적으로 넓히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보호부녀간음죄의 목적이나 처벌의 취지를 잘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에서 그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무 고용관계는 분명 아니지만, ‘기타 관계’로 인해 학교담당공무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나이 어린 여학생’을 위계로써 ‘간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전혀 억지 주장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위계’의 구성요건해당행위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위계는 가해자인 경찰관의 입장에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인 여학생의 입장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남자경찰관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동물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어린 여학생을 인간적으로 사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한편 여학생은 어떤 이유로, 어떤 상황에서 ‘나이 든 경찰관 아저씨’와 성관계를 했을까? 그것도 두 명의 여학생이 두 명의 경찰관과 같은 지역에서 성관계를 한 것은 무언가 비슷한 상황, 관계에 처해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여학생들이 비슷한 또래의 남학생들과는 전혀 사회적 지위와 환경이 다른 ‘나이 든 경찰관’과 성관계를 맺은 것은 과연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학교담당경찰관이라는 사회적 신분과 지위, 영향력을 이용하고, 여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강한 믿음’ 때문에 단 둘이 은밀한 장소에서 함께 있다가 성적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당한 성관계’가 아니었을까?
이 사건은 경찰 자체의 감찰대상사건이 아니고, 일단 검찰의 적극적인 시건 수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엄벌하려는 취지와 안전한 학교생활환경을 보장하려는 학교담당경찰제도의 가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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