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④

 

“오늘 너무 속이 상해요. 그래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거예요.”

“왜 그렇게 속이 상해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괜찮아요?”

“제 남자 친구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헤어지자고 해요.”

“왜요?”

“남자 친구의 새로 생긴 애인이 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라고 했대요. 그래서 남자 친구가 저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예요?”

 

경희는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 여자의 말을 들어도 별로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가 뭐 그렇게 심각한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지 아는가?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리석게 괴로워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여자는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파트너가 바뀌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었다.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적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닌데, 미혼의 남녀가 헤어지는 문제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잠시 술기운에 잊고 있었던 경희의 처지가 다시 그 여자의 말 때문에 클로즈업되었다. ‘아! 남녀간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나도 처음부터 남편하고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결혼했어도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일단 결혼했으면, 참고 살 것을...’

 

사랑이 괴로운 것은 본질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무조건 행복만 보장되는 사랑은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처음에 얻는 과정도 고통스럽고, 일단 얻어진 다음에도 수시로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이 반복된다. 더군다나 그 사랑이 시간이 가면서 흔들거리고, 제3자가 개입되면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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