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⑫
“내일 저녁 뮤지컬을 보러 가요.”
“저녁 시간에는 장사해야 해요. 미안해요.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워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 불황이라 걱정이예요. 쉬는 날 만나요.”
몇 번의 만남이 있은 다음, 정옥은 약간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주 만나 박 사장과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사이 관계에서 박 사장은 정옥을 좋아하는데, 그에 비해 정옥은 몇 번의 성관계를 하였지만, 그렇게 박 사장을 좋아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정옥은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데리고 열심히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애인이 없어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옥은 그 동안 많은 남자를 만났고, 연애도 많이 했고, 특히 장사를 하면서는 여러 손님들과 데이트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박 사장과는 달랐다. 박광철 사장은 나이는 55세나 되었지만 여자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총각 때도 열렬한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다. 결혼도 중매로 해서 아주 깊은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오직 일만 하고 술이나 먹고,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돈은 벌었지만 잘 쓸 줄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돈의 노예’, ‘일에 중독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누가 광철에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별로 답변할 말이 없었다. ‘그냥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하고, 돈벌고, 그 맛에 살고 있습니다. 사랑도 모르고, 특별히 소중한 가치가 있지도 않아요.’
이번에 역학자가 광철을 위해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었지만, 사실 광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일단 만나 보고,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심히 식당에 가서 매상을 올려주고, 사업가로서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외관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 덕분에 몇 차례 호텔에 가서 정옥과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 광철은 정옥과의 잠자리가 좋았다. 하지만 정옥은 별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속궁합이 맞는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광철쪽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정옥의 입장에서는 광철이 돈이 많은 사업가이고, 앞으로 잘 지내면 경제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응해주었기 때문에 광철은 그 속마음을 고려치 않고, 자신이 잘났고, 멋있는 남자라서 정옥이 순순히 응해준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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