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4-29
은영은 명자를 만났다. 명자에게 지금의 진행상황을 다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을 강간했던 악마가 명훈네 기사로 일하고 있고, 은영을 만나 협박을 한 이야기, 은영에게 돈을 받아주겟다는 이야기 등을 전했다. 명자는 놀랐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 사람이 너의 과거를 다 이야기하면, 명훈씨도 마음이 달라질 것이고, 그 집안에서도 난리날 거 아냐?”
“일단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고 했어. 그 사람이 나를 강간했다는 사실도 딱 잡아뗐어. 오래 된 일이고, 아무런 증거가 없는 거니까? 그 사람을 나쁜 사람, 미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해. 설사 명훈 엄마나 명훈이가 물어도 나는 딱 잡아뗄 거야. 다만, 제인을 만나 그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제인도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데 피해가 갈 수 있고, 나를 원망할 지도 몰라서 걱정이야.”
“그럼 정자에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혹시 모르잖아. 흥신소 시켜서 정자 전화번호나 사는 곳을 알아낼 수도 있잖아? 큰 일이다. 일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아.”
“아냐, 정자에게는 말하면 안 돼. 놀라서 자빠질 거야.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게. 더 이상 명훈네와 연락하지 않고 나 혼자 아이를 낳은 다음 연락하면 어떨까? 그때는 이미 아이를 낳았으니 어쩌지 못할 거 아냐?”
사랑의 모진 운명 4-30
며칠 후 박기사로부터 은영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은영씨, 내가 명훈 엄마에게 말했어. 1억 원을 주고 해결하겠다고. 그러니까 1억 원을 받으면 반반씩 나누어가져. 은영씨는 5천만 원이면 충분하잖아. 내가 돈을 어렵게 받아주는 거니까. 그리고 아이는 빨리 수술하고 명훈과는 헤어져. 요새 명훈 아빠가 검찰 수사를 바고 있어 곧 구속되고 회사는 부도날 것 같아. 그러면 아이를 낳아봤자 은영씨는 양육비도 못받고, 거지 아빠와 결혼하게 돼. 명훈이는 능력도 없고, 부모덕에 살다가 거지가 되는 거야. 은영씨는 5천 가지고 작은 커피집이나 하나 차려. 그리고 능력 있는 남자 만나면 돼. 알았지, 빨리 결정해야 돼. 명훈 아빠 구속되면 이 돈도 못받아.”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명훈씨를 만나서 해결할 게요.”“그건 안 돼. 명훈은 은영씨를 안 만날 거야. 내가 못만나게 했으니까. 그리고 만일 은영씨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은영씨의 과거에 대해 모든 걸 내가 폭로할 거야. 그러면 모든 게 끝이야.”
은영은 더 이상 박기사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그리고 명훈에게 전화를 했다. 명훈은 전원이 꺼져 있었다. 명훈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명훈 엄마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은영은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를 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사랑의 모진 운명 5-1
명훈 아빠는 또 다시 검찰청에 출석했다. 이번에도 역시 변호사를 대동하고 갔다. 돈도 있었지만, 역시 검찰에서 특별수사를 할 때는 반드시 변호사를 데리고 가서 참여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조사를 받으면 일단 검찰의 분위기에 위축되고, 검사가 집요하게 물으면 공황상태가 되어서 잘 답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가 옆에 있으면 일단 안심이 되고, 중간에 쉬는 시간에 상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조사가 끝난 다음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고 제대로 되어 있는지 변호사가 봐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상석 피의자는 시청 공무원에게 돈을 준 정황이 많이 드러나고 있어요. 공무원에게 돈을 준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수사가 언제까지 갈 지 모르고, 회사는 부도날 위험이 있잖아요. 자꾸 공무원을 감싸고 들다가 본인에게 큰 피해가 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저는 정말 시청 공무원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내가 왜 돈을 줍니까?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았고, 설계사무소를 통해 허가를 받은 거예요. 공무원들을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해요.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도 없고, 뇌물을 준 사실은 절대 없어요.”
사랑의 모진 운명 5-2
검사는 공무원과의 만난 사실에 대해 꽤 상세하게 파고 들었다.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은 명훈 아빠 말고 다른 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적은 금액이나마 밝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검사는 명훈 아빠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윺용한 업무상 횡령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피스텔을 사서 살게 해준 애인인 술집 마담까지 불러서 조사를 하였다.
그러면서 검사는 조사를 마치고 변호사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귀뜸해주었다. 사전구속영장이라 함은 검사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이 발부되면, 그때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해서 구속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반대되는 말은 사후구속영장이다. 이것은 일단 피의자의 신병을 체포해서 조사를 한 다음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제도다. 보통은 사전구속영장제도를 많이 이용한다. 사후구속영장은 기소중지되어 지명수배되어 있는 사람을 검거했을 때 이용하는 것이다.
검사실에서 나와 명훈 아빠는 변호사 사무실로 갔다. 변호사는 말했다.
“검사가 영장을 친대요. 시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있으면 협조하고 불구속으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때요?”
“내가 자진해서 불면 앞으로 시청 일은 더 이상 못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필요해서 이용해 먹고, 지금 와서 내가 살자고 공무원을 구속시킬 수는 없어요.”
변호사는 명훈 아빠가 강하게 나오니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구속에 대비해서 변론요지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명훈 아빠는 초조하고 불안했다. 곧 구속이 되는가 싶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변호사님! 구속은 막아주세요. 회사가 부도나게 생겼어요. 검사님에게 잘 부탁해 보세요. 돈이 더 필요하면 드릴테니 말씀하세요. 검사님이나 부장검사님을 만나봐주세요. 같이 술자리를 만들던지, 제발 부탁해요.”
“요새 그런 건 통하지 않아요. 일단 내가 변론요지서를 만들고 열심히 할테니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의 모진 운명 5-3
명훈 엄마는 명훈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갔다. 젊은 여자 변호사였다. 강 변호사는 매우 지직으로 보였다. 서른 살이 갓 넘은 것처럼 보였다. 명훈은 딱딱한 남자 변호사보다 이쁜 여자 변호사가 자기 변호사라니 기분이 좋았다.
“경찰 조사 받을 때 이렇게 하세요. 일단 모두 부인하세요. 강간한 사실 자체를 부인해요. 그리고 술에 취했지만, 완전히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고 하면 안 돼요. 정신은 있었다고 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 여자 말은 다 증거로 인정되고, 명훈 씨 말은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하고 다 그 여자 말대로 뒤집어쓰게 돼요.”
“그럼 어떻게 했다고 말해요?”
“술을 같이 마시고, 명훈씨는 모텔에 가서 쉬겠다고 했더니 그 여자가 데려다 주었고, 잠깐 같이 방에 있다가 그 여자가 가겠다고 해서 조금 더 있다 가면 좋겠다고 손을 잡았더니, 화를 내면서 뿌리치고 나갔다고 하세요. 그리고 곧 있다가 그 여자가 친구를 데리고 와서 맥주집으로 끌고 가서 난리를 치면서 부르는대로 쓰라고 하고 사인을 했다고 해요. 아무런 증거가 없잖아요. 서로의 주장이 다르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해자의 이익이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으로 재판하는 거예요. 너무 걱정 말아요.”
“근데 사실은 제가 침대에 눕히고,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까지 내렸어요. 그리고 하려다가 말았는데요. 새빨갛게 거짓말해도 괜찮을까요?”
사랑의 모진 운명 5-4
“그거 본 사람은 없잖아요? 방에 CCTV도 없었잖아요? 그 여자가 휴대폰으로 녹음한 것도 아닐테도. 각서는 어디까지나 두 여자가 강압적으로 협박하고 겁을 주어서 사인한 거라고 하면 돼요. 증거재판주의잖아요? 증거재판주의!”
“맞아요. 정말 저는 안 했어요. 올라타기는 했어도 정말 삽입도 안 하고, 사정도 안했어요. 대기만 했어요.”
명훈은 흥분해서 이렇게 말은 해놓고, 여변호사가 약간 얼굴이 발개지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아차했다. 아무리 변호사 사무실이지만, 젊은 여자 변호사 앞에서 삽입이니, 사정이니 하는 적나라한 용어를 사용한 것을 후회했다.
‘명훈씨 아무튼 그런 식으로 답변하면 불리해요. 끝까지 안했다고 강하게 부인해요. 그리고 부인하는 건 피의자의 권리예요. 피의자에게는 묵비권, 진술거부권, 자백을 강요 당하지 않을 권리, 부인할 권리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 보장되거 있는 거예요.“
여자 변호사는 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연애나 하고 클럽이나 다니고 자가용운전이나 열심히 했던 명훈의 귀에는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묵비권은 무엇이고, 진술거부권은 무엇일까? 부인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자백을 강요 받지 않는 것이 무슨 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경찰관이 거짓말탐지기 측정을 하자고 하면 동의하지 말아요. 부정확할뿐더러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거니까요.”
명훈 엄마는 변호사 사무실을 나오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이 여자 좋아해서 그런 것은 이해하는데, 해도 너무한 것 같았다. 애인도 있다면서, 원하면 섹스를 할 여자도 있는데, 왜 나이 먹은 주부를 강간하려고 했을까?
자기 친정에는 이런 성폭력범은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왜 정씨 집안은 이럴까? 자신이 약사인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아들에게 성교육을 시킬 것을... 그리고 이번 사건도 피해자와 합의를 할 것을... 일을 그르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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