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5-9

정상석 사장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김 검사는 어느 날 늦게까지 수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신 다음 직원들과 헤어진 김 검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혼자서 또 다른 술집으로 갔다.

최근에 너무 격무에 시달리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뒤숭숭해서 또 술을 마시고 싶어서였다. 이차로 들어간 술집은 손님들이 많았다. 술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어떤 여자 손님과 부딛혔다. 김 검사는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오해를 했는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몸을 만져요?”

여자는 김 검사가 자신의 히프를 만진 것으로 생각했다.

김 검사는 비좁은 곳에서 비켜지나 가다가 오른손이 여자의 엉덩이 부근을 지나쳤지만, 고의적으로 만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술에 취해 약간 비틀거렸고, 중심을 잡지 못해서 술김에 여자의 엉덩이에 손바닥을 대고 지나가려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평소의 성행으로 보아서 절대로 성추행을 할 의사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여자로부터 오해가 생기고, 여자가 소리를 지르자 상황은 예상 외로 커졌다. 여자의 일행 중 한 사람이 즉시 김 검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곧 바로 주먹이 김 검사의 얼굴을 향했다.

코피가 터졌다. 그러더니 그 남자는 오른쪽 무릎을 걷어 올려 김 검사의 복부를 세게 찼다. 김 검사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안경도 떨어져 깨졌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김 검사를 붙잡아 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자,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경찰관은 김 검사를 강제추행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했다.

사랑의 모진 운명 5-10

경찰관 중 한 명은 여자였다. 남자 경찰관은 일단 김 검사에게 말했다.

“귀하를 강제추행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귀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구대로 가자고 했다. 김 검사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절대로 강제추행을 한 사실도 없다. 술에 취해 비틀거렸을 뿐, 여자의 엉덩이를 고의로 만지지 않았다. 그것은 좁은 공간에서 여자가 오해를 한 것이다. 순간 술에서 깨어 정신이 빤짝 들었다.

‘이 상황에서 경찰서에 끌려가면 큰 망신이다. 어떻게 하지?’ 그래서 김 검사는 경찰관에게 잠깐 옆으로 가서 조용하게 말을 하자고 했다. 술집 빈방으로 들어가서 김 검사는 남자 경찰관에게 말했다.

“사실 나는 OO검찰청 검사요. 저 여자가 오해한 거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결합시다.”

그러자 경찰관은 김 검사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 김 검사는 검사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사무실에 놓고 다닌 것이다.

“일단 경찰서로 가시죠. 다른 사람들 이목도 있고. 그리고 정식으로 112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서에 가서 잘 해명하시죠.” 김 검사는 화가 났다.

“아니, 내가 검사요. 그런데 내가 술을 마셨지만, 여자를 추행이나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이게 정당한 법집행입니까? 내가 무슨 현행범이라는 말이요? 내일 내가 경찰서에 연락하겠소.”“안 됩니다. 검사님! 경찰서에 가야 합니다.”

사랑의 모진 운명 5-11

실강이가 벌어지고 시간이 지체되자, 피해자인 여자와 그 일행이 난리를 쳤다.

“빨리 경찰서로 갑시다. 저런 나쁜 X은 구속해야 해요. 어떻게 남자 친구가 있는데 감히 여자의 엉덩이를 주무릅니까? 그리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X이예요. 아마 상습범인 것 같아요. 콩밥을 먹어야 해요. 피해자는 대학 강사예요.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요. 대학 강사가 당하지도 않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말이예요? 빨리 끌고 갑시다. 우리고 갈 게요.”

김 검사는 화가 치밀었다.

“이런 나쁜 X들 봤나? 내가 성추행하지도 않았는데 왜 뒤집어씌우고 나를 때려? 너희들 깡패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때 남자경찰관이 피해자 일행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사람은 현직 검사예요. 조용히 해결하면 어때요?” 이 말에 일행은 흥분했다. “뭐라고! 저 X이 검사라고? 그럼 검사는 여자 엉덩이 만져도 되고, 검사 아니면 여자 못만지겠네? 저런 나쁜 X이 무슨 검사야?”

식당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기이한 장면을 구경하면서 재미 있어 했다.

‘저 사람이 현직 검사래!’

‘별로 검사답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검사가 저러겠어? 검사 사칭하는 거겠지?’ ‘아냐 현직 판사도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체포된 적 있다는 뉴스를 봤어.’ ‘판사나 검사가 더 응큼하대’

상황이 어렇게 되자, 경찰관은 어쩔 수 없었다. 남자 경찰관이 김 검사의 팔을 끼고 순찰차에 태웠다.

사랑의 모진 운명 5-12

김 검사는 OO경찰서 형사과로 끌려갔다. 그리고 먼저 자술서를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내가 어떻게 경찰서에 끌려와서 조사를 받게 되었을까?’

그러면서 경찰관에게 양해을 구하고, 김 검사 방에서 근무하는 최 계장에게 연락을 했다. 최 계장은 김 검사에게 경찰관을 바꾸어 달라고 했다.

최 계장은 경찰관에서 자신이 모시고 있는 현직 검사가 맞으니 선처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경찰에서는 김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여 조사했다. 피해자 여자도 조사했다.

그리고 피해자 일행 두 사람의 진술조서도 받았다. 김 검사는 우선 자신의 혐의사실인 강제추행부분에 대해서만 상세하게 해명 차원에서 진술하였을 뿐, 자신을 폭행한 피해자 일행의 폭행이나 상해부분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이곳 저곳이 쑤시고 아팠다. 지문도 찍고, 피의자신문조서를 마친 다음 경찰에서 풀려나왔다. 데리고 있는 최 계장은 택시를 타고 와서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 검사를 집에까지 모셔다 드렸다. 김 검사는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억울하게 당한 점을 분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현직 검사가 물의를 일으켜서 큰일 났다는 생각 때문에 공황상태가 되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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