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5-18

은영은 바람을 쐬러 명동으로 갔다. 연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화려했다. 네온사인이 형형색색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로 양쪽으로 즐비한 가게들.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신상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물건들이 많았다. 먹고 마시는 가게도 많았다. 은영은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아이 때문에 참았다. 술은 태아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커피 맛이 좋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즐긱로 있는데, 박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지 않을까 하다가 궁금했다. 지난 번 정자의 친구, 성균이 박기사를 만나서 많이 때려주었다는 말도 들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러나 싶었다.

“만나서 조용히 할 말이 있어요. 꼭 만나야 해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전화로 해요. 무슨 말인지?”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모든 것이 끝나요? 그러니까 이쯤 해서 내가 양보해서 8천만 원을 은영씨에게 줄테니, 합의하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 돈도 못받고 아이를 낳아봤자. 명훈 아빠가 부도나고 감방 가면 아무 것도 아니게 돼요. 나도 이달 말에 회사를 그만 둘 거예요.”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나는 절대로 낙태 안 해요. 그리고 돈도 필요 없어요. 내가 그냥 아이를 낳아서 내 힘으로 키울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이 문제에서 손을 떼요.”

사랑의 모진 운명 5-19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올 거예요. 당신이 깡패를 시켜서 나를 청부폭행한 것을 경찰서에 고소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과거에 대해 모두 폭로할 거고요.” 은영은 겁이 났다. ‘정말 이 사람이 내 과거를 모두 폭로하고, 폭행당한 것을 경찰서에 고소를 하면 골치 아프게 될 텐데...’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요. 지금 바로 만나요.”

은영은 박기사를 만났다. 박기사는 많이 맞은 것 같았다. 아직도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진단서도 4주 상해를 끊어서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박기사는 명훈 아빠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곧 구속되고 회사는 부도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소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명훈은 지금 강간죄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곧 구속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박기사가 가운데서 명훈 엄마를 설득시켜 1억 원을 받고, 그 중 2천만 원은 박기사가 수고비로 가지며, 나머지 8천만 원을 은영이 받고 아이를 낙태시키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면 박기사 자신이 당한 청부폭행사건도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은영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훈이도 나쁜 아이고, 집안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특히 정자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박기사가 가운데서 은영을 위해 합의를 보아주려고 하다가 심하게 맞은 것도 미안했다.

일단 박기사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박기사는 고맙다고 하면서 둘이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은영은 따라갔다. 박기사는 술에 취하자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이야기했다. 너무 고생을 한 것이다.

사랑의 모진 운명 5-20

그러면서 젊은 시절에 방황하다가 감방에도 갔다왔다. 많은 여자들이 애인으로 있었지만 지금은 다 떨어져나갔다. 박기사가 그렇게 순수하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자 은영도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불쌍한 생각도 들고, 옛날 자신의 처녀를 가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강간이었지만, 은영의 처녀성을 빼앗은 남자였다. 그때도 박기사는 은영이 너무 좋아 어쩔 수 없었다는 고백이었다.

그래서 그냥 강간해서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는 고백이었다. 그러면서 은영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은영도 따라서 눈물이 나왔다. 박기사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했다.

방 한칸 월세로 얻어 생활하고 있고, 혼자 지내다 보니 건강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한 치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다 떼어먹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그 친구가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서 감방에 가게 되었을 때 박기사는 그 친구를 위해 변호사비용으로 3백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박기사는 은영에게 자신을 도와주는 방법은 명훈 엄마로부터 합의금을 받아서 자신에게 2천만 원만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특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사랑의 모진 운명 6-1

은영은 이상하게 무슨 마력에 이끌리는 듯 박기사의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고 있었다. 박기사는 계속 술을 마셨다. 나중에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12시가 넘어서 은영은 박기사를 부축여서 나왔다.

도저히 집에까지는 갈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은영은 부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가 박기사를 위해 방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나오려는데 박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가지 말아요. 좀 더 있어줘요. 혼자 있으면 미칠 것 같아요.”

은영은 마음이 약해졌다. 도저히 박기사를 혼자 두고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모텔 작은 쇼파 의자에 앉았다. 박기사가 잠을 자도록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은영은 옷을 벗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박기사는 벌써 일어나 모텔방을 나가고 없었다. 은영은 당황했다. 분명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잤는데, 어떻게 옷을 다 벗고 침대에서 자고 있었을까?

혹시 박기사가 나쁜 짓을 했는지 확인해보았다. 특별히 박기사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밤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내가 어떻게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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