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6-2
김 검사가 사무실에 출근하자 난리가 났다. 검찰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검사님! 어제 술집에서 성추행을 했다면서요? 어떻게 된 겁니까?”
“전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던 중 여자 손님과 좁은 통로에서 비켜나오던 중 약간의 신체접촉이 있었는데, 여자가 오해를 하여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경찰 말로는 검사님이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술에 취한 척하면서 강제추행을 하였다고 하던대요? 누구 말이 사실입니까?”
“정식으로 강제추행죄로 형사입건은 된 겁니까?”
경찰에서는 이미 기자들에게 김 검사 사건을 알린 모양이었다. 기사 내용은, ‘OO지방검찰청 A 검사가 술집에서 여자 손님의 몸을 만져서 강제추행을 한 사실로 경찰서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풀려나왔다.’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에서는 김 검사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는 기사도 덧붙여졌다.
사랑의 모진 운명 6-3
김 검사는 기가 막혔다. 정말 자신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 술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좁은 통로에서 여자 손님과 비켜나오려고 하던 중 술기운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여자 엉덩이쪽으로 손이 닿았을 뿐이었다.
여자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손을 뗐기 때문에 여자가 크게 문제 삼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의 엉덩이를 만져서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고, 그 때문에 억울하게 뒤집어 쓰게 된 일이었다.
이처럼 여자의 일방적인 진술과 주장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하지도 않고, 경찰에서는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공표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이었다. 분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김 검사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할 때는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도 언론에도 메주알고주알 까발리고, 공표를 해서 사실상 범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중에 재판에 넘어가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받아도 그렇고,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단 언론에 죄인으로 낙인이 찍힌 다음에는 그 추락한 명예를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당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김 검사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김 검사는 경찰관의 이런 행위가 어떤 죄에 해당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사랑의 모진 운명 6-4
형법에는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죄가 있다. 형법 제126조에 규정되어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무죄추정의 법칙이 있고, 아직 재판에 회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검사가 성추행을 했다는 식으로 언론보도를 하면 이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보도가 피의사실공표죄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된 예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요새 같은 세상에서는 현직 검사라고 해도 물의를 일으키면 갑의 입장이 아니라 을의 입장이 된다. 김 검사는 정말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자 아무도 김 검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검사장까지도 그랬다. 김 검사가 억울하다고 해도, 일을 저질러 놓고 무슨 변명이냐는 식이었다. 가깝게 지내던 검찰청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이제 검사로서는 끝이다.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를 건드렸으니까 경찰 조사를 받았지, 아무렴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일반인이 현직 검사와 같은 높은 분을 허위고소를 했겠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 검사가 그동안 열심히 수사를 하고, 고급 술집에도 다니지 않고, 서민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기자들은 ‘ 검사가 아주 위선자고 가식적인 저급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김 검사는 대검찰청 감찰조사도 받았다. 그곳에서도 똑 같은 주장을 하고 진술을 했지만, 감찰 담당자 역시 김 검사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김 검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대검찰청에서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김 검사의 사표를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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