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6-8
그리고 명훈이가 자필로 쓴 각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자 두 명이 강압적으로 때리면서 경찰서에 끌고 가겠다고 하니까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써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검사는 다시 명훈과 이옥임 및 옥임의 여자 친구 세사람을 동시에 불러서 심도 있게 대질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물론 명훈의 변호사도 피의자조사에 참여했다.
검사는 더 나아가 명훈과 이옥임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측정을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이옥임의 몸에 났다고 주장하는 상처와 진단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조사했다.
세 사람은 경찰에서 각자 주장한 바와 똑 같이 일관성 있게 검사 앞에서도 진술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도 명훈과 이옥임 모두 진실반응이 나왔다.
검사는 상당히 고심했다. 이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면 구속도 해야 하고, 나중에 법원에 가서는 실형도 살게 될 사건이다.
그런데 워낙 물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말밖에 없는 사건이라 잘못했다가는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조사를 마친 검사는 보름 정도 사건기록을 보면서 고민했다.
부장검사와 사건에 대한 협의를 한 다음, 일단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피해자 이옥임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상해진단서까지 있는 강간치상죄의 무거운 사건이다.
피의자 정명훈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합의도 성립되지 않는 점을 참작해서 도주 및 증거인멸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명훈은 법원에 가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6-9
명훈 아빠를 수사하고 있던 김 검사는 끝내 사표를 제출하고 말았다. 언론에서 김 검사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게다가 여자까지 성추행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김 검사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김 검사가 성추행을 한 다음에도 이에 대해 항의하는 여자 피해자 및 그 일행에게 욕을 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보도가 되자, 김 검사는 완전히 일반 시민에게 현직 검사로서 갑질을 한 것처럼 왜곡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검사 사건을 보도하면서, 예전에 발생했던 판사와 검사 및 기타 공무원들이 저질러서 문제가 되었던 성추행사건까지 모두 모아서 종합 분석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법을 잘 지켜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법조인이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 검사집단 전체에 대해 심각한 평가절하를 하고 있었다.
하기야 현직 검사장이 도로에서 공연음란행위를 한 사실 때문에 사표를 낸 사실도 있었다.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했다고 해서 입건된 사실도 있었다. 여자 판사가 남자 변호사와 연애를 하면서 고급차를 선물 받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무제가 된 사건도 있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6-10
법조인 숫자가 많다 보니 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검사의 경우는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술에 취해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은 결코 남의 잘못이나 과실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검사는 이런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 검사의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보도를 보자 명훈 아빠는 뛸 듯이 기뻤다. 즉시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제 사건 담당 김 검사가 성추행으로 사표를 내고 쫓겨났대요. 이제는 제 사건이 끝나는 건가요?”
“아니예요. 김 검사는 나가도 다른 검사가 그 사건을 인수인계받아서 처리할 거예요. 왜냐하면 이미 김 검사가 많은 조사를 해놓았고, 수사기록을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그리고 정사장님도 이미 입건조치를 해놓았잖아요?”
명훈 아빠는 좋다가 말았다. 그러나 아무튼 주임검사가 열심히 특별수사를 하다가 사표를 냈으니 아무래도 후임으로 다른 검사가 사건을 인수받아 처리한다고 해도 예전보다는 훨씬 수사강도가 떨어질 것은 틀림없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모진 운명 6-14 (0) | 2017.12.25 |
---|---|
사랑의 모진 운명 6-11 (0) | 2017.12.24 |
사랑의 모진 운명 6-5 (0) | 2017.12.20 |
사랑의 모진 운명 6-2 (0) | 2017.12.19 |
사랑의 모진 운명 6-2 (0) | 2017.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