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6-11

그래서 당분간 명훈 아빠의 사건은 수사중단상황에 들어갔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든다.

구속시키고, 사업을 망하게 한다. 특히 고소사건을 맡아서 처리하면 지는 쪽에 대해서 원수가 된다.

원망이나 원한의 정도는 물론 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손해를 보는 쪽은 검사나 경찰관을 절대로 좋게 보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비난하고, 원망한다.

무의식적으로 저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따지고 보면 검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누군가 해야 할 범죄수사와 처벌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선행을 베푸는, 남에게 은혜나 이익만을 주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꼭 좋은 직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김 검사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하루 아침에 별 것 아닌 실수로 인해 패가망신을 당한 것이다. 김 검사의 부인도 참으로 한심하게 되었다. 인물 좋고 머리 좋은 검사와 결혼했다고 해서 주변에서 많은 부러움을 샀다.

친정 식구들에게도 떳떳했다. 아파트 단지내에서도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그런 검사가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추행을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가서 조사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는 검사를 그만두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6-12

이제 김 검사 부인은 그 아파트 단지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판이었다. 더군다나 부인의 친정에서는 김 검사가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고 음큼하게 밝히는 줄 미처 몰랐는데, 이제 그 실체를 알게 되었으니 딸이 걱정이 되었다.

김 검사 친가쪽에서도 난리가 났다.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억울한 것 같기는 하지만, 검사나 된 아들이 그렇게 오해받을 처신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검사 아버지는 최근에 조상 산소를 제대로 벌초도 하지 않고, 절에도 잘 다니지 않아 액운이 들어온 것으로 생각했다. 당장 조산 산소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잘 아는 역학자에게 가서 원인을 물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물의를 일으키면 김 검사는 변호사개업도 쉽지 않다.

변호사회에서 변호사 개업 등록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어서 집에서 놀고 있으면 김 검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었다. 그리고 죽고만 싶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6-13

명훈 엄마는 박기사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은영을 만났는데, 은영이 아이를 반드시 낳겠다고 하는 말, 그래서 자신이 겨우 설득시켜 돈을 주고 해결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명훈 엄마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명훈이 강간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는데, 또 은영이 사생아까지 낳게 되면 명훈이 인생은 모두 끝이 날 것 같았다.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외아들인데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어린 명훈의 잘못이 아니라, 집안에서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이나 하면서 바람이나 피고 돌아다닌 명훈 아빠 책임인 것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명훈이는 잘못된 부모의 희생물인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들어보면 이해가 가는 사건이었다. 젊은 아이가 연애를 했는데, 갑자가 상대 여자가 달라붙어서 임신을 해가지고 공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남자로서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 아닌가? 은영이 같은 이상한 여자는 만명중 한 명이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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