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5-5
은영은 고민이 많아졌다. 일단 현재의 모든 상황을 명자와 정자를 만나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상의했다. 정자에게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박기사와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하는 수 없어. 박기사를 상대하지 말고, 직접 명훈 아빠 회사를 찾아가서 난리를 피도록 해. 아니면 명훈 엄마 약국에 가서 난리를 펴. 결혼시켜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낙태할 테니까 3억 원을 달라고 해. 빨리 결판을 져야 해. 이제 6개월이 다 되니까.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어.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결혼은 절대로 할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냥 돈을 받고 수술하는 게 좋겠어.”
“아니 그 박기사가 그렇게 나쁜 인간이 되었어! 그냥 둘 수가 없네. 나한테까지 해코지를 하려고 한다는 거지. 좋았어. 내가 손을 볼테니까 연락처를 줘. 은영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를 낳아.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 돼. 명훈네 돈이 많다면서.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그리고 남자란 일단 아이를 낳으면 완전히 달라져.”
은영은 두 친구와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식당에서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식사를 하는 젊은 부부가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는 인형처럼 귀여웠다.
은영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우리 아이도 저 애처럼 이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울 거야.’ 그러면서 아이를 낳아야지, 도저히 낙태를 해서 죽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켜놓은 TV에서는 마침 낙태죄폐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5-6
‘2017년 12월 3일 염수정 추기경은 서울명동성당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석했다. 추기경은 낙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끔찍한 폭력이자 일종의 살인행위라고 말했다.’
TV기자가 보도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은영은 정말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가졌다.
‘낙태는 살인이다. 내가 돈을 받고 낙태를 하면 살인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은영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절대로 낙태는 없어.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거야. 명훈씨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은영과 헤어지고 나서 정자는 곧 오래 전에 알고 지냈던 성균을 만났다. 성균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싸움을 잘해 깡패생활을 했다. 그렇다고 아주 큰 폭력조직에 속한 것은 아니었다.
운동을 잘 하고 체격이 크고 인상이 험상궂게 생겼다. 그래서 감방에도 한 번 갔다 왔다. 다행이 돈 많은 이혼녀를 만나서 애인으로 만들었고, 그 여자의 돈으로 노래방을 차려서 지금은 제법 살만해졌다. 정자와 한때 연애를 했었는데, 정자가 마음 잡고 결혼하자, 진정으로 정자가 잘 살기를 바랬다.
정말 의리 있고, 멋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정자가 결혼생활에서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만나서 술을 사주면서 위로해주고, 참고 살라고 도닥거려주었다. 정자는 성균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박기사의 건에 대해 설명했다.
사랑의 모진 운명 5-7
“박기사는 내 애인이었는데, 내 친구인 은영을 강간하고, 그래서 나와 헤어졌어. 그런데 그 후 은영이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 아빠인 명훈네 집에서 박기사가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어. 그러면서 가운데서 은영의 약점을 잡고, 주인집에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고, 은영에게는 1억 원 중 절반만 준다는 거야. 그리고 은영을 만나 나에 대해서도 해코지를 하려고 한 대. 정말 나쁜 인간이야. 그렇다고 내가 만나면 나도 피해를 보게 돼.”
“응. 알았어. 정자야.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해 줄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 성균은 박기사를 만났다. 그러면서 자신은 은영이 친척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은영을 보호해야 하니까. 당신은 빠져. 알았지!”
“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당신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러면 당신이 은영이를 강간한 것을 내가 고소하도록 할 거야. 그리고 당신 사장을 만나서 내가 당신 비행을 알릴 거고.”
“마음대로 해. 나는 이미 감방도 갔다왔고,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야. 당신도 나를 협박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거고.”
“나도 감방 갔다왔어. 감방 갔다온 게 무슨 훈장받은 거냐?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신상에 좋을 거야.”
성균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같아 커피숍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박기사가 성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먼저 공격을 당하자 성균의 본성이 드러났다. 곧 평소 익힌 무술로 박기사를 때렸다.
박기사는 싸움에는 약했다. 성균을 당할 수 없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박기사는 무릅을 꿇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5-8
“제가 잘못했어요. 형님! 살려주세요. 안 그럴게요. 은영씨 사건에서 손을 뗄게요.”
“너 같은 X은 죽어야 해. 인간쓰레기야. 왜 사냐? 그만 살 수 없어. 이 나쁜 XX야!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몰라서 그래. 옛날 같으면 너는 사시미칼로 손을 봤을 거야. 지금은 내가 마음 잡고 조용히 살아서 그래. 근데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왜 하필 돈 없고, 불쌍한 여자 아이들만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그러냐? 돈 있는 인간들한테 뜯어내지 않고, 은영은 정말 불쌍한 아이야. 이 나쁜 XX야!”
성균은 무릅을 끓고 아파서 신음하는 박기사를 훈계하다가 갑자기 또 정의감이 솟구쳐오르자 구두발로 무릅을 짓밟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박기사의 눈에서 불이 났다.
또 손날을 세워 목을 내리쳤다. 목이 휘청거렸다. 박기사는 땅에 머리를 바고 엎드렸다. 오늘이 제삿날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임자를 만났다.
“너 마음대로 해. 지금 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든가, 아니면 은영을 만나 사과를 하든가. 알았지? 그리고 이건 은영이 나에게 시킨 건 아냐. 나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손바닥처럼 다 알 수 있어. 너에 대해서는 사실 한달 전부터 내가 뒷조사를 하고 있었어. 알았지? 이 쓰레기야.”
성균은 분이 풀리지 않아서 침을 박기사 얼굴에 몇 번 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기사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입장은 아니었다.
박기사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사장에게는 핑계를 댔다. 갑자기 지독한 감기 몸살이 들어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고 했다.
'사랑의 모진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모진 운명 5-13 (0) | 2017.12.14 |
---|---|
사랑의 모진 운명 5-9 (0) | 2017.12.09 |
사랑의 모진 운명 4-29 (0) | 2017.11.30 |
사랑의 모진 운명 4-25 (0) | 2017.11.28 |
사랑의 모진 운명 4-21 (0) | 2017.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