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
팀장으로부터 고종과 숙정의 정사사진을 넘겨받은 고종의 가족은 이것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면서 고종에 대한 보석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종에 대한 보석을 해주지 않고 계속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재판이 있나요? 이 사진을 보면, 제가 숙정이라는 여자와 서로 합의해서 관계를 한 것이고, 그 후 모텔에 같이 간 것도 당연히 합의정사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한데, 아직도 제 말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고 있는 거예요.”
맹사장이 보기에도 고종은 참 억울해 보였다. 맹사장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도 긴 겨울이 물러가고 있었다. 그토록 맹추위를 자랑하던 동장군도 계절이 바뀌면서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남쪽 지방에서는 벌써 매화가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밖에서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100년 전인 1919년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제히 ‘대한 독립 만세!!!’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서 곧 바로 수많은 애국지사가 투옥되었다.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감방 생활을 했을 것이다. 지독한 추위와 타는 듯한 무더위를 견뎌야 했고, 악랄한 고문을 받았고, 영양실조에 걸릴 수밖에 없는 콩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조국을 위해, 민족을 위해 결연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맹사장은 지금 사기죄로 감방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지사와 비교해 볼 때, 자신은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방안은 또 술렁였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했는데,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끝냈다는 것이었다.
감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시시각각으로 팔로잉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할 때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자기 자신의 코가 석자이기 때문에 뉴스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그 무렵 맹사장 교도소에 어느 중소도시의 시장이 수감되어 들어왔다. 사람들은 시장이 구속되어 들어오자 매우 흥미롭게 사건 진행상황에 관심을 보였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권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시장이었다. 그 지역에서 건설회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었는데, 주변에서 시장에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추겨서 출마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다.
나름대로 지역의 경제발전에 기여를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권시장은 두 번째 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겨우 당선되었다.
그런데 낙선된 상대 부호측에서 조직적으로 권시장의 비리를 찾아내서 제보를 하였고, 지역 검찰청에서는 권시장에 대한 특별수사를 했다.
그 결과 권시장이 자신의 부인을 시켜서 관급공사를 수주하게 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0) (0) | 2019.03.04 |
---|---|
작은 운명 (19) (0) | 2019.03.03 |
작은 운명 (17) (0) | 2019.02.28 |
작은 운명 (16) (0) | 2019.02.28 |
작은 운명 (15) (0) | 2019.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