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

 

한편 명훈 아빠인 심영성은 검찰의 2회 조사를 마친 다음, 검찰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초조하고 미칠 것 같았다. 그 때 심 사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나서 밖에 나와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보도를 보고 깊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어떤 현역 국회의원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아파트에서 투신해서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명훈 아빠는 우리 사회에서 왜 저런 비극적인 자살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하거나, 한강에서 투신하거나, 높은 건물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대기업 회장도 자살하고, 도지사도 자살하고, 공무원도 자살하고, 경찰관도 자살했다.

 

그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명훈 아빠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단순히 ‘수사를 받으니까 힘이 들테고, 징역 갈까봐 자살한 것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냥 징역을 살면 되지, 자살하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하고, 운영하던 회사는 어떻게 하나? 무책임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오죽 했으면 죽고 싶었을까? 검찰 수사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리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배신감, 증오심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수사 대상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 세상이 모두 까많게 보이고, 세상 사람들이 너무 무섭게 보인다. 자신은 한없이 작은 존재로 전락하고,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자신도 없고 용기도 없어진다.

 

주변에서 아무리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바다에 빠져 떠내려가고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뭍에 서서 ‘힘을 내요. 빨리 이곳으로 와요. 당신은 절대로 죽지 않으니까 염려 말아요.“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과 똑 같다.

 

피의자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징역을 몇 년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선 나이 들어 징역을 살 건강도 없고 용기도 없다. 젊었을 때는 멋도 모르고 군대도 갔다왔고, 고생도 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오랫동안 고생을 전혀 하지 않고 편하게 살다가 뒤늦게 감방에 가서 징역을 산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옥이었다.

 

이런 깊은 절망과 두려움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술이나 담배를 계속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주 병약한 상태가 된다. 이때 악령이 영혼에 침투한다. 그러면 그 악령이 영혼에 속삭인다.

 

‘앞으로 희망은 없어. 고통만 가중될 거야. 너는 아무런 해결 방법도 없잖아. 그렇게 고통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평안함, 영원한 안식을 찾는 게 나을 거야. 내 말을 들어. 지금 스스로 모든 것을 차단해버려.’

 

이런 악령의 명령, 유혹을 거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간단한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그는 그토록 한 많은 이승을 떠난다. ‘그동안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해요. 모든 것은 내 잘못이예요. 아이들하고 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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