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
명훈 엄마는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다. 명훈이 한 행위에 대한 대가치고는 3천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 여자가 피해를 본 것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강간죄란 여자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처벌하는 것일텐데, 그 여자의 정조를 보호할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정조를 보호한다고 해도, 명훈이가 하지도 않았다는데, 무슨 정조가 침해된 것일까? 설사 정조가 침해되었다고 해도 돈으로 환산하면 몇십만 원이면 되지 무슨 천만 원 단위로 부른단 말인가? 정숙한 여자 같으면 클럽에 가고, 모텔에 갔다가 남자에게 당할 뻔 했으면 창피해서 말도 꺼내지 않을 텐데, 이건 완전히 사기고 공갈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단 상대방이 고소를 하면 문제가 커질 것 같아 다시 조바심이 났다. 피해자의 친구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계속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보냈다. ‘5백만 원을 드릴게요. 합의해주세요. 명훈 엄마’
그리고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려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수면제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약사라 약에 대해서는 박사였고, 자기 관리는 철저하게 할 수 있었다.
한편 명훈 아빠 운전기사가 명훈 엄마에게 물었다. 지난 번 호텔에서 강남역까지 태워다 준 여자가 바로 은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궁금해 하던 중에, 다시 명훈 엄마를 태우고 그 호텔로 가게 되는 일이 있자, 이때다 싶어서 물었다.
“사모님. 지난 번 호텔에서 제가 강남역까지 모셔다 드린 여자 손님 두 사람 있잖아요? 그 중 한 사람은 제가 옛날에 만난 적이 있는 여자예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사모님이 잘 아는 사람들이예요?”
명훈 엄마는 갑자기 귀가 번적 띄었다.
“아니. 누구를 알아요? 어떤 여자를 아는 거예요?”
“그때 비싼 옷 입은 여자 말이예요.”
“그럼 박기사가 한번 그 여자를 만나 볼래요? 한번 만나서 잘 설득시켜봐요. 내가 수고비는 톡톡히 줄테니까.”
“연락처는 모르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만난 사람이라.”
“연락처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박기사가 연락해서 만나서 나쁜 생각하지 말고 좋게 해결하자고 부탁해봐요.”
“예. 사모님. 걱정 마세요. 제 말은 듣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박기사는 은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명훈 아빠 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명훈 엄마 부탁으로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은영은 놀랐다. 하지만 그런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은영씨. 오랜 만이예요. 잘 지내셨지요? 이야기 들으니까 제가 모시는 사장님 아드님 아이를 가졌다면서요? 축하해요. 부잣집 며느리가 돼서 팔자 고치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근데 할 말이 뭐예요?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사모님이 뭐라고 해요?”
“그게 아니라, 내가 사모님에게 먼저 말했어요. 은영씨를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은영씨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아이를 수술해요. 내가 돈을 받아줄테니. 얼마를 원해요? 까놓고 이야기해요. 우리끼리니까. 한 1억 원 받아줄까요?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이예요? 나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예요. 명훈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명훈씨 역시 나를 사랑하고, 우리는 아이 때문에 헤어질 수 없는 거예요.”
“그럼 나와 성관계한 거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날텐데. 괜찮아요? 그리고 그때 나와 육체관계하고 사랑하다가 나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간 것도 사과하지 않는 은영씨 태도 용서할 수 없어요. 나는 모든 사실을 폭로하고 나도 그 직장 그만두면 돼요.”
“아니, 언제 내가 당신과 성관계했어요? 그리고 무슨 사랑을 하고 누가 배신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해요?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고, 무서운 사람이네요. 나를 언제 봤다고 공갈을 쳐요?”
“은영씨, 내가 은영씨 이름도 알고, 그때 은영씨 친구인 제인과 같이 연애했던 것 은영씨도 잘 알잖아요? 자꾸 그러면 내가 제인을 만나서 삼자대질을 할게요. 그렇게 딱 잡아뗀다고 될 줄 알아요? 명훈 엄마는 돈이 많아 심부름센터를 시키면 모두 다 찾아낼 수 있어요.”
은영은 소름이 끼쳤다. 그때 자신을 강압적으로 처녀성을 빼앗고, 상처를 준 악마였다. 더군다나 제인이라는 경자의 애인으로서 애인의 친구를 겁탈한 X이다.
그때는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 당했고, 당한 다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악한이 지금 또 악연이 되어 명훈네 기사로 있다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은영이 때문에 박기사가 정자를 찾아내서 공갈 치면 부잣집에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 정자의 가정이 파탄날 위험성이 있었다. 은영은 정말 법만 없으면 박기사를 죽이고 싶었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인간이 같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니 끔찍했다.
“정말 당신은 나쁜 사람이네요. 좋아요. 서로 마음대로 해요. 다 이야기해요. 나도 끝까지 씨울테니까.”
“은영씨는 나를 잘 몰라서 그래. 그때 은영씨나 제인씨를 만날 때는 나도 대학에 다니고 행복했어. 그런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하셨어. 어머니는 얼마 있다가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서 고생을 하고 살았어. 그러다가 마약조직에 끌려들어가 감방을 갔다 왔어. 나는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어. 지금 겨우 맘잡고 기사로 일하고 있어. 그런데 은영씨 문제를 알게 되었어. 사모님은 은영씨 문제를 해결하면 나에게 천만 원을 준다고 약속했어. 근데 지금 은영씨가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가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줘. 그리고 내가 객관적으로 볼 때 은영씨가 어린 남자 아이를 갖고 돈을 뜯어내는 건 옳지 않아.“
은영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박기사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다 빼버리고,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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