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

 

한 동안 명훈 엄마는 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다. 남편은 사업을 잘 하고 있었다. 명훈 역시 큰 일은 저지르지 않고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명훈 엄마 역시 약국을 경영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 나가 대우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명훈이 어떤 이상한 여자를 건드려 임신을 시켰다고 해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는 명훈 엄마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돈을 주어 해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아들 가진 입장에서는 여자 아이가 낙태수술을 해서 몸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또 명훈이 사고를 쳤다. 클럽에 놀러갔다가 만난 어떤 유부녀를 모텔에서 강간했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요새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확 달라져서 잘못했다가는 아들이 징역도 갈 수 있는 위기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쳐서 길을 가던 사람이 벼락을 맞아 죽는 것처럼, 명훈 아빠 회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게 되었다. 도대체 금년에 무슨 삼재수가 붙은 것인지 몰라도, 이래 저래 죽을 맛이었다.

 

이토록 극심한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사람이 명훈 엄마가 운영하는 약국에 와서 약사 아닌 사람이 약을 판매했다는 내용으로 보건소에 신고를 했다. 그 사람은 약을 사러 온 것처럼 가장해서 몰래카메라를 옷에 부착하고 약국에서 약사 아닌 보조자가 단독으로 약을 파는 것을 몰래 사진을 찍고, 비밀녹음을 해서 보건소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보건소에서 조사를 시작하였고, 나중에는 벌금까지 받게 되었다. 약사인 명훈 엄마에 대해서는 약사면허정지처분까지 떨어졌다. 아마 부근에 있는 경쟁관계에 있는 약국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그 부근 약국들에 대해 비약사의 약판매행위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증거를 잡아서 고발하는 것같았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병원에서 가지고 온 처방전의 경우에는 절대로 약사 아닌 사람이 조제하지는 않는다. 처방전 없이 사러 온 일반 약의 경우 약사가 바쁘면 비약사인 총무 같은 사람이 간단하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약점 잡아 고발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약점이 있으면 언제 누가 어떤 방법으로 그 약점을 잡아서 고발을 할지 모르는 세상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하고, 정해진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다. 명훈 엄마는 그 교훈을 알면서도 세상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일로 실의에 빠져 입맛도 없는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명훈 엄마 되시죠? 지난 번 뵈었던 강간사건 피해자 친구입니다. 제 친구가 병원에서 상해진단서를 떼어서 경찰서에 고소를 한다고 해요. 어떻게 좋게 해결할 의사는 없으신 거지요? 제가 중간에서 좋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 친구는 그 일로 병원에도 다니고 있고, 또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어요. 그런데 경찰에 고소를 하게 되면 혹시 남편이 알게 될까봐 망설이고 있는데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친구분은 얼마를 요구하는 거지요?”

친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 한 3천 정도는 줘야되지 않을까 싶어요.”

뭐라고요! 3천이라고 했어요? 지금. 3백이 아니라 3천만 원을 달라는 겁니까?”

 

아니 제 친구가 강간을 당해서 가정도 파탄나게 생겼고, 아파서 병원도 다니고 있잖아요? 그리고 요새 강간범이 얼마나 무섭게 처벌되는지 모르세요? 애엄마를 강간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만들었는데, 3천이 많다는 말이예요? 그럼 그만 두세요. 내일 고소할 테니까. 친구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소 준비를 다해 놓았어요. 끊을 게요.”

 

상대 여자는 사정 없이, 아주 냉정하게 사무적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명훈 엄마는 정신이 빠짝 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여자는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명훈 엄마는 급히 고등학교 친구로서 법대 교수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를 만나자고 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꽃뱀들 봤나! 정말 너무한 것 아니니? 이게 강간이 되는 거야?‘

글세 명훈이 말이 증명이 되면 강간이 아닐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나야 학교에서 강의만 하니까 실제 수사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몰라. 하지만 고소를 당하면 골치 아플텐데 어쩌지?”

 

글쎄 명훈이 한 짓이 기껏해 봤자 미수에 그친 것인데 그걸 가지고 얼마나 처벌하겠어? 그 여자들은 완전히 날강도야. 유부녀가 애도 있는데 40이나 돼서 어린 아이들 노는 클럽에 와서 술을 마시고 모텔까지 따라가서 강간 당했다고 돈이나 뜯어내는데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정 안되면 그 여자 남편을 찾아가서 마누라 단속 잘 하라고 말을 해야겠어.”

아무튼 강간죄 미수범도 인정되면 처벌이 무거울 것 같으니 가급적 합의를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합의를 하지 않으면 전과자 되고, 또 변호사 비용도 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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