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45)
“홍 검사! 이 사람들 정말 나쁜 인간들 아니야?”
“글쎄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사랑 앞에서야 어떻게 하겠어요. 요새는 간통죄도 없어
졌잖아요? 세상이 다 그래요.“
”그래도 남의 가정을 깨면서 사랑하는 여자는 나쁜 거야. 왜 굳이 유부남을 꼬여서 가정을 깨뜨리고, 그 가족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느냐 말야?“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그냥 이혼하지 않고 살면 안 돼요? 남편이 생활비를 벌어다 주고, 그냥 양쪽에 왔다갔다 하면서 지내면 어때요? 아이가 더 큰 상처받지 않고, 결혼할 때까지 그렇게 살면 안 될까요? 물론 나는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수많은 사건을 통해서 보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사태를 보고 참지 못하고 이혼을 하지만, 대부분 나중에 이혼한 것을 후회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이 들면 남자건 여자건 혼자 사는 것이 외롭고 힘이 들어 또 다른 이성을 찾게 되는데, 한번 깨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두 번째 만난 사람과도 오래 못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 나는 이 결혼생활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어. 그런데 저 인간은 무엇이 잘났다고, 엄연히 가정을 두고, 또 다른 여자를 애인으로 두고 그쪽에만 신경을 쓰고, 돈도 벌어서 그쪽을 주고, 우리에게는 마지 못해 겨우 먹고 살 것만 주는 거야. 그리고 잠자리도 그쪽하고만 해. 그럼 나는 뭐야? 체면 때문에 가정을 지키는 파수꾼인 거야? 그 인간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아이 뒷바라지 혼자 하고, 이건 아무 의미 없는 형해화된 가정의 노예일 뿐이야. 그리고 시간이 가도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잘못하면 그 여자와 아이도 생길 수 있어.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 여자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일 거고.“
”그럼 합의이혼을 하려고 그래요?“
”합의이혼은 쉽지 않을 거야. 그 인간이 돈이 없으니까 내가 살 수 있는 재산을 줄 능력이 없어. 지금 말하는 게, 내게는 현재 살고 있는 전세금 1억원을 주고, 양육비로 매달 70만원만 주겠대. 그것도 딸 아이가 19세가 될 때까지만 준다는 거야. 그럼 나는 무얼 가지고 먹고 살아. 아이도 있는데.“
”그럼 위자료 청구를 하면 되잖아요? 남편과 상간녀를 상대로 5천만원을 청구하는 거예요.“
”아. 그래야겠구나. 그러면 소송을 해야잖아?“
”물론이지요. 합의이혼이 불가능하면, 이혼소송을 해야 해요. 그때 재산분할청구도 하면 돼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합치고, 빚도 모두 합쳐서 50대 50으로 나누는 거예요. 그리고 위자료는 별도로 청구하면 돼요. 미성년자녀에 대해서는 친권과 양육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 결정하고,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얼마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결정하는 거예요.“
홍 검사는 이렇게 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혼자 생맥주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혼은 저렇게 허망하게 끝이 나는구나. 사이가 나빠지니까 남보다 못한 것이 부부구나. 그런데 왜 인경이라는 여자는 연애만 하면 되었지, 남의 가정을 완전히 파괴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남자는 왜 가정을 지키지 않고 처와 딸을 버리려고 하는 것일까? 지금은 다른 여자가 좋아도 시간이 지나면 똑 같은 여자일 테고, 싫증이 나면 또 버릴 것 아닌가? 그 남자는 아주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인간이고, 인경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그리고 맹순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해서 인격이 짓밟히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다.’
이런 생각을 하니 홍 검사는 결혼에 대한 환멸이 느껴졌다. 그래서 당분간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지내기로 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홍 검사와 똑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혼인하지 않은 사람은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다.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혼인하라. 정욕이 불같이 타는 것보다 혼인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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