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47)

 

홍 검사는 공국을 만나서 서로 나눈 이야기를 맹순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아저씨는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리고 그 여자와 두집 살림 한다는 것도 아니래요. 단지 그 여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어쩌지 못한다고 해요. 아주머니 생활비도 잘 줄 거라고 하고요. 그러니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중에 이혼을 하든 어떻게 하든 결정을 보류하는 게 어떨까요?”

 

맹순은 갑자기 울음을 떠뜨렸다.

“아니, 내가 그 인간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 O을 만나서 박살을 낼 거야.”

 

며칠 후 맹순은 인경을 만났다. 인경은 백화점에서 산 것처럼 보이는 명품 옷을 입고 나왔다. 맹순은 그것도 공국이 사준 것으로 확신했다. 핸드백도 명품이었다. 맹순의 속은 또 뒤집어졌다.

 

“인경 씨. 이제는 헤어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왜 유부남과 붙어서 그래요? 혼자 사는 싱글이 천지에 널려있는데.”

 

“맹순 씨. 왜 나한테 그래요. 모든 건 공국 씨가 결정할 문제예요. 공국 씨가 가정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나도 돌려보낼 게요. 그런데 공국 씨는 지금 맹순 씨와 더 이상 부부로 살 수는 없다고 해요. 그러니까 차라리 공국 씨를 놓아주세요. 그게 인간적이잖아요. 싫다는 사람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나도 이혼을 했어요. 나도 더러운 인간 아무 미련 없이 깨끗이 포기하고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더 빨리 이혼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요.”

 

맹순은 이 뻔뻔스러운 인경의 말에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백을 인경의 얼굴에 던졌다. 인경은 핸드백에 얼굴을 맞고 일어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맹순이 인경에게 달라들어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인경도 가만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 그러자 커피숍에 있는 젊은 남자들이 두 사람을 떼어말렸다. 맹순은 인경의 머리카락을 한 웅쿰 뽑아냈다. 작은 전투에서 얻은 큰 성과였다. 인경의 얼굴에 작은 손톱자국도 내놓았다.

 

그에 비해 인경은 맹순의 머리채를 잡고 빠져나오려만 했지, 큰 데미지는 가하지 못했다. 인간적인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인경은 사랑의 가해자고, 맹순은 사랑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폭행이나 상해와 같은 범죄행위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하게 구별된다. 때린 사람이 가해자고, 맞은 사람이 피해자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어떨까?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랑은 공국과 인경 사이에 존재한다. 반면에 공국과 맹순 사이에는 다른 의미의 사랑은 남아 있지만, 남녀 사이의 애정으로서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의 가해와 피해는 그 개념이 애매모해진다.

 

더군다나 사랑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별 짓는 기준과 지표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맹순을 사랑의 피해자로 보고, 인경과 공국을 사랑의 가해자로 보는 것이 아닐까?

 

인경은 맹순과 헤어지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와 한없이 울었다.

“도대체 내 인생이 왜 이럴까? 유부남을 사랑한 것도 잘못이고, 더군다가 그 마누라가 저렇게 독한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물러섰을 것인데, 왜 공국 씨는 그런 사실을 내게 숨겼을까? 그런데 지금 와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도 들었고, 지금은 공국 씨에 대해 의지하는 마음이 크게 생겨 혼자 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더러운 꼴을 계속해서 감수하는 것도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공국의 전화를 차단해 놓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맹순에게 뜯겨진 머리카락이 푹 빠져있고, 얼굴에도 크지는 안않지만, 긁힌 자국이 몇 군데 있어 창피해서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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