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59)
명훈의 강간피의사건에서 사건관계인은 세 사람이다. 고소를 한 이옥임이라는 피해자, 고소를 당한 피의자 성명훈, 그리고 사건 직후 이옥임과 같이 명훈을 만나서 각서를 받았던 이옥임의 친구 김숙경이었다.
경찰에서는 이옥임과 성명훈 두 사람만 불러서 조사를 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김숙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서 진술조서를 받았다.
검사는 이옥임과 성명훈 두 사람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도록 했고, 그 검사결과에서는 성명훈은 진실반응, 이옥임에게서는 허위반응이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담당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이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면 구속도 될 수 있고, 나중에 법원에 가서는 실형도 살 수 있는 만큼 중요한 범죄다.
그런데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말밖에 없는 사건이라 잘못했다가는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수사검사는 부장검사실로 기록을 들고 갔다.
“부장님! 수사를 해보니까 분명히 피해자의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꾸로 나왔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거짓말탐지기는 법원에서도 100% 신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피해자 친구의 진술, 그리고 성명훈이 작성해 준 각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범죄사실이 인정되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이 많은 여자가 클럽에서 만나 모텔까지 같이 갔다는 것도 그렇고, 사건 직후 곧 바로 피해자가 친구를 불러서 각서를 받았다는 것도 이상하고, 특히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는 판정이 나왔다면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기소를 하더라도 신병은 불구속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예. 더 조사를 해서 다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검사는 부장의 말을 듣고 좀 더 확실하게 보완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세 사람을 동시에 불러서 3자 대질조사를 벌었다. 무려 6시간이나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명훈은 진술에 있어서 약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옥임과 그 친구는 거품을 품으며, 명훈이가 분명히 반항하는 이옥임을 힘으로 제압하고 침대 위에서 치마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내린 다음 그것을 했다는 사실을 일관성 있게 주장했다.
이옥임의 친구는 클럽에서 헤어진 다음 부근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이옥임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서 명훈으로부터 강간사실을 깨끗하게 시인받고 각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주 명료하게 진술했다.
여검사 입장에서는 더욱 더 이 사건에 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명훈의 비굴한 태도가 더욱 가증스럽게 보였고, 이런 인간은 법에 의해 엄중한 처벌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나이 들어 성관계를 할 수 없을 때까지 몇 십년 동안 계속해서 여자들을 괴롭히고 강제로 성관계를 할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사회 방위차원에서도 이런 성범죄자는 구속해서 징역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고 검사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조사를 마친 검사는 그래서 명훈을 꾸짖었다.
“피해자가 이렇게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고, 당시 피해자 친구가 피의자를 직접 만나서 강간한 사실을 시인받고 각서까지 받았다는데, 피의자는 왜 범행을 부인하고 있나요? 피해를 주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피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피의자는 전혀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지요?”
이때 옆에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명훈의 여자 변호사가 말했다.
“아니, 검사님! 피의자는 지금 일관성 있게 자신의 강간피의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탐지기 결과도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진실반응이 나왔고, 오히려 피해자 이옥임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검사님께서는 피의자를 유죄로 단정하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검사는 머쓱하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모두들 돌아가라고 했다.
며칠 후에 담당검사는 다시 부장실로 갔다.
“제가 보완수사를 했습니다. 3자 대질신문을 했는데, 역시 피의자는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피해자나 그 친구는 아주 명확하게 피해사실과 범행 후 정황에 대해 신빙성 있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합의도 되지 않았고,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을 하지 않고 있고, 사안이 중한 만큼 피의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장은 담당검사의 의견에 동조는 하지 않았지만, 수사검사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의견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면 알아서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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