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은 운명 (160)

 

명훈 아빠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홍 검사는 언론에서 계속해서 보도를 하면서, ‘왜 검찰에서 제 식구라고 감싸고 드느냐?’라는 식으로 연일 공격을 해오자 매우 난감한 입장이 되었다. 경찰에서는 홍 검사를 강제추행죄로 형사입건해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홍 검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검사가 다른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기소 불기소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는 창피를 당하게 된 것이다.

 

한편 대검찰청에서는 본격적인 감찰조사를 벌였다. 피해자나 그 주변 인물들을 조사할 수는 없었지만, 홍 검사를 상대로 집중적인 감찰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징계처분은 보류하기로 했다.

 

경찰에서는 홍 검사가 명백하게 강제추행을 해놓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특히 사건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현직 검사라고 하면서 경찰서에 가지 않겠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식으로 사건 내용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가 너무 큰 피해를 보았고 가해자가 현직 검사가 미온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있어 홍 검사가 아주 나쁘고 부도덕하며, 현직 검사라고 법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의 강제추행사건으로 부각되자, 언론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현직 검사나 현직 판사,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군 장군 등의 강제추행사건, 공연음란사건, 강간사건, 성희롱 사건 등을 모두 모아서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아울러 me too 운동과 관련하여 고위 공직자나 사회 저명인사들이 성범죄로 인해 말썽이 된 사례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도를 하고 있었다.

 

공직자나 유명 인사는 그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을 때, 명예가 있고, 체면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고 사람들이 인정을 해준다. 그러나 막상 그런 사람들이 법을 위반했거나 물의를 일으키게 되면, 일반인에 비해서 훨씬 가혹한 처우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변명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만일 변명을 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거짓말이고, 인간성이 나쁘다는 이중 삼중의 가혹한 제재를 받게 된다.

 

홍 검사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일단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 사표도 곧 바로 수리되지 않았다.

 

홍 검사의 가족들도 난리가 났다. 남편이 모범적으로 열심히 검사 생활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성추행법으로 둔갑을 한 것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부인은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술을 마셨어도 그 동안 홍 검사가 술에 취해 사고를 친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인은 최근 몇 달 동안 홍 검사가 집에서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수상하게 생각했다. 부인에게는 싫증을 느끼고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술집에 가서 젊은 여자를 보니까 갑자기 충동을 느끼고 술에 취한 척하면서 엉덩이를 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홍 검사 부모와 형제, 처갓집 사람들 모두 놀라서 나가자빠졌다. 도대체 검사라는 자리가 얼마나 높고 존경을 받는 자린데, 할 일이 없어서 술집에서 여자 엉덩이나 만지다가 수사를 받고 개망신을 당하고, 사표를 내고 검사를 못하게 되었다니,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가족 중에 검사가 있다고 해서 폼을 잡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예 검사 말도 꺼낼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에 댓글을 단 것을 보니, ‘검사는 아예 거세를 해야 한다’, ‘성추행범이 왜 검사 신분을 가지고 공갈을 쳤느냐’ ‘저런 검사들한테 어떻게 조사를 받을 수 있냐’ 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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