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61)

 

한편 홍 검사로부터 특별수사를 받고 있다가 일본으로 도망간 명훈 아빠는 변호사로부터 홍 검사가 성추행을 해서 입건되었고, 징계에 회부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아니. 정말 잘 되었네요. 그렇게 악랄하게 나를 죽이려고 하더니, 천벌을 받은 거예요. 그건 그렇고, 제 사건은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서울로 들어가도 되는 거지요?”

 

글쎄요. 수사를 하던 담당검사가 문제가 되어도 일단 지금까지 수사하던 자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후임검사가 계속해서 수사를 할 수도 있고, 흐지부지 끝이 날 수도 있고, 아무튼 좀 더 지켜봐야 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홍 검사 사건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종결될 수도 있어요. 성 사장님은 곧 바로 들어오지 말고,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명훈 아빠는 좋다가 말았다. 그러나 변호사가 말로는 그렇게 해도, 이제 홍 검사는 검사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고, 명훈 아빠 사건은 자연히 끝이 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경우 다른 검사가 홍 검사로부터 수사자료를 인수인계 받아서 마무리 수사를 하더라도 예전보다는 훨씬 수사강도가 떨어질 것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검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든다. 수사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구속하고 징역을 보낸다. 이럴 때 구속 당하고 징역을 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검사를 나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검사를 원망하고 무의식적으로 검사를 저주한다. 그런 많은 사람들의 원망과 저주는 때로 검사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검사라는 직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해야 하고,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해주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일단 검사가 그 원망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악의 업을 쌓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죄 없는 사람들을 수사해서 사형을 구형하고 판결을 받아 사형집행을 했는데, 나중에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이러한 사건에 관여한 검사는 도대체 어떤 인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가?

 

꼭 사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죄 없는 사람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키거나, 무리한 수사를 해서 회사를 부도나게 하거나, 지나친 강압수사를 계속함으로써 조사 받던 피의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경우, 모든 업보는 결국 그 검사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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