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63)
명훈 엄마는 박 기사의 말을 듣고,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데드라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박기사에게 1억원의 선에서 합의를 하라고 했다.
합의의 조건은 1억월을 은영에게 지급하고, 은영은 아이를 낙태수술하며, 그후에는 일체 명훈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명훈과의 관계에서 일체의 민사 형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단서를 붙이는 것이었다. 명훈 엄마는 박 기사에게 이 사건을 잘 해결해주면 수고비로 1천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박 기사는 은영에게 연락해서 합의를 하지고 했다. 두 사람은 만났다. 은영은 대체로 박기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동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박 기사는 은영에게 먼저 낙태수술을 해야 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은영은 먼저 돈부터 주어야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그런데 은영 씨. 만일 명훈네가 돈부터 주었는데 은영 씨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당연히 먼저 수술부터 해야 돈을 줄 수 있는 것 아니예요?”
“그건 똑 같은 말이예요. 내가 수술을 먼저 받았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이런 문제 가지고 소송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소송을 할 돈도 없어요. 변호사를 살 능력도 없어요.”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때요? 먼저 계약금조로 10%에 해당하는 천만 원만 주고 수술을 한 다음 나머지를 주면 어떨까요?”
“그래요.”
두 사람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다음 날 박 기사는 은영을 만나 현금으로 천만 원을 건네주었다. 은영은 일주일 이내로 낙태수술을 하기로 약속했다. 박 기사는 명훈 엄마를 만나서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명훈 엄마는 박기사에게 고생 많이 했다고 보너스로 백만 원을 주었다.
명훈 아빠 사건을 담당했던 홍 검사는 마침내 사표를 했다. 홍 검사실에서 담당하고 있던 모든 사건은 재배당되었는데, 명훈 아빠 사건은 최 검사에게 인계되었다.
최 검사는 홍 검사가 수사하고 있던 명훈 아빠 사건 기록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김 검사가 열의를 가지고 수사를 한 것은 인정되지만, 특별한 증거도 없이 너무 무리하게 명훈 아빠를 엵어넣으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뇌물사건은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는 상태였다. 명훈 아빠가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서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사실도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회사 자금을 빼내어서 애인의 오피스탤을 얻어준 부분도 대표이사 가수금 처리를 했다가 수사가 착수되자 다시 가수금을 회사에 변제한 것처럼 장부를 맞추어 놓았다. 그래서 횡령죄의 범의를 인정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특히 뇌물사건에 대해서는 최근에 대법원에서 고위직 공무원과 거물 정치인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수사검사 입장으로서는 뇌물죄에 대한 증거판단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최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명훈 아빠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보고했다.
“뇌물을 시청 공무원들에게 주었다는 혐의사실은 사실 심증만 있지, 물증이 전혀 없습니다. 비자금조성은 계속 수사하면 처벌도 가능할 것 같은데, 나머지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부분은 다시 회사에 변제를 했기 때문에 입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맞아요. 민 검사! 얼마 전에 어느 정당 대표에 대한 정치자금법위반사건과 전직 총리에 대한 뇌물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잖아요? 1심에서는 두 사건 모두 유죄판결이 났는데, 항소심부터 무죄로 뒤집어진 거예요. 아무튼 뇌물사건은 명확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해요.”
최 검사는 명훈 아빠 사건에 대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건만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하기로 하고, 뇌물공여사건과 업무상 횡령사건은 내사종결하였다.
이로써 명훈 아빠는 긴 지옥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주임검사가 사고를 쳐서 사표를 내고 나가는 바람에 사건은 흐지부지되었고, 구속되어 징역 가고 회사가 부도나는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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