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62)

 

명훈 엄마는 박 기사로부터, ‘은영이 반드시 낳겠다고 한다. 자신이 겨우 설득시켜 돈을 주고 해결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명훈 엄마는 이제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명훈이 강간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는데, 사생아까지 생기면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외아들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명훈의 잘못이 아니라, 자녀 교육에는 신경 쓰지 않고 바람이나 피고 돌아다닌 아빠 책임이었다. 명훈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희생물이었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어린 남자가 연애를 했는데, 갑자가 상대 여자가 달라붙어서 임신을 해서 공갈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남자로서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전혀 예측불가능한 사고다. 은영은 백만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이상한 여자다. 정말 나쁜 사람이다. 여자의 몸, 그 안의 태아를 인질로 돈을 뜯어내고, 사랑을 강요하는 비정상이다. 명훈은 나이도 어리고, 재벌 4세도 아니다.

 

명훈 엄마는 언젠가 약사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재벌 아들이 이혼을 했다. 바람을 펴서 사생아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돈많은 남자들이 혼외정사를 해서 아이를 낳았다. 그것은 서로 좋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여자가 돈만 보고 달라붙어서 임신을 하고 책임지라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아이를 미끼로 아이뿐 아니라 평생 책임지라고 한다. 그것이 불륜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돈 때문에 얽히고 설킨 복잡하고 지저분한 남녀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다가 만일 그 재벌이 부도가 나면, 사랑도 당연히 소멸한다.

 

자본주의, 물질만능사회에서 사업체의 부도는 경제적 파탄을 의미하지만, 자연스럽게 혼인관계에서 일탈한 불륜의 종식을 뜻하기도 한다. 애당초 돈보고 시작된 사랑은 돈이 없어지면, 불나방이 불이 꺼지면 곧 바로 멀리 떠나가듯이 돈과 사랑의 부재는 언제나 동시에 온다. 돈이 사랑의 조건이었고, 사랑은 돈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돈과 결합된 사랑은 이렇게 많은 모순과 비상식, 비이성을 내포한다.

 

돈 많고 잘 생긴 재벌 이세는 수많은 경쟁자 가운데 엄선해서 발탁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부인을 두고, 똑똑한 자녀도 있고, 사업도 잘 되어서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벌가의 여자가 되려면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참가자 이상으로 많은 후보 가운데, 100가지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가장 우수한 여자를 뽑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왜 부인보다 휠씬 못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더 나아가 아이까지 낳고, 이혼하고,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여자의 매력은 무엇이고, 성적 능력은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그런 굴종의 사랑을 하는 것일까?

 

수만명이나 되는 직원들은 회장과 그 아들을 하늘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왜 그렇게 성적으로 더럽게 추락하고 마는 것일까?

 

가끔 종교단체 교주도 성적으로 타락하는 경우가 있다. 숨겨놓은 자식이나 내연의 처가 문제된다. 젊은 여성을 성폭행까지 한다. 수많은 신도와 혼음을 한다.

 

이런 경우 신도들로서는 당연히 존경심이 사라져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신앙과 성적 문란은 아주 철저하게 구분한다. 그것은 교주의 무소불위한 권능 중의 하나다. 그러면서 교주를 끝까지 맹종한다.

 

교주는 그 대가로 구원을 내려준다. 교주는 강단에서는 위엄 있는 신적 존재이지만, 어두운 밤의 침대에서는 벌거벗은 몸으로 여자의 육체를 탐하는 악마로 변신하다. 그것은 신의 저주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64)  (0) 2019.06.02
작은 운명 (163)  (0) 2019.06.01
작은 운명 (161)  (0) 2019.05.29
작은 운명 (161)  (0) 2019.05.29
직은 운명 (160)  (0) 2019.05.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