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74)
하늘천주식회사에는 여자 상무가 있었다. 박천순 상무는 사장이 투자한 ‘데스 밸리(Death Valley)’라는 클럽을 관리하고 있었다. 데스 밸리는 서울 시내에 있는 Top 10 안에 들어가는 명문 클럽이었다. 돈 많은 젊은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었다.
하늘천의 맹을성 사장이 이 클럽을 인수하게 된 것은, 어린 여자들을 꼬셔서 성관계를 하기 위해 몇 번 다니다가 역시 나이 든 남자가 어린 여자들을 만나려면 물좋은 클럽에 가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처음 이 클럽에 다닐 때만 해도 전 사장은 가급적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영업을 하다보니 적자 투성이였다. 주류회사에서 외상으로 들여놓은 술값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전에 클럽을 경영하던 이호연 사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가서 공부는 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놀러만 다녔다. 여자를 꼬시는 능력은 부모 피를 물려받아 탁월했다. 무슨 까닭인지 유학생 이호연 주변에는 여자들이 24시간 꼬였다.
시간이 가면서 영어도 서툴렀지만 여자를 꼬실 정도는 되자 이호연은 백인 대학생, 흑인 가수, 이탈리안 식당 종업원, 멕시코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 등등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서 다양한 여자들을 애인으로 거느렸다.
로스앤젤레스에 새롭게 나타난 한국인으로서 ‘연애의 황태자’로 등국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최단기간에 다양한 미모의 젊은 여자들을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어 잘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이호연이 처음이라면서, 방탄소년이 미국의 음악계에서 명성을 떨친 것과 거의 비슷한 업적이라고 칭송하기 시작했다.
이호연의 비결은 꾸준히 여자들을 꼬시기 위한 노력을 한 것에 있었다. 이호연은 어떻게 하면 여자들을 자기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데이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각종 거짓말을 해서 서울에 있는 부모로부터 송금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준재벌이라고 떠벌렸다.
창덕궁의 후원에 있는 작은 건물을 연못을 배경으로 해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그 건물과 정원, 연못이 자기 아버지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별장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호연이 잠옷바람으로 나무에 걸터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찍었으니, 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찍은 자동차 사진도 벤츠 600의 다양한 칼라로 6대나 찍어놓았다. 모두 아버지 차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시절을 보내던 이호연도 마침내 한국에서 건너간 단기 유학생 여자에게 걸려 신세를 조지게 되었다.
그 여학생도 처음에는 이호연을 좋아해서 몸 주고 마음 주고, 돈도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호연이 사기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책임지라고 달라붙었다. 그 여자는 집념이 강하고 한 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하는 성격이었다.
호연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하루에도 300회 이상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마치 자살할 때를 대비해서 이미 유서도 써놓은 여자처럼 보였다.
그 여학생은 호연에게 ‘I will not meet anyone and have a sex with anyone except you.'라고 써달라고 요구했다.
호연은 별 생각없이 일시적인 곤경을 면하기 위해 써주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곧 이어, ’If I break my promise, you may kill me.'라고 쓰라고 했다.
호연은 아차 싶었다.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나는 이제 미국에서 죽게 되었고, 한국에는 화장해서 뼈만 보내지게 되었다.’고 겁을 먹었다.
하지만 나중에 갈 때 가더라도 호연을 그 여자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 맹세를 썼는데, 다 쓰고 나서 보니까 처음 약속은 잘 써졌는데, 나중 약속은 마치 술에 취한 지렁이가 제멋대로 기어다니는 것 같아서 영어로 쓴 것인지, 히브리어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3개월 후 호연을 하는 수 없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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